(영화유통시장 재편)(上)홀드백 시스템 붕괴

비디오·DVD `지고` 온라인 VOD `뜨고`
유선통신업체 `새로운 시장의 강자` 부각
  • 등록 2007-03-28 오후 1:56:24

    수정 2007-03-28 오후 6:06:58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영화유통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극장-비디오·DVD-공중파방송`이 근간을 이루던 기존 영화유통 흐름이 유선통신업체의 등장으로 새롭게 바뀌고 있다. 이데일리는 두차례에 걸쳐 영화 유통시장의 변화를 심층 진단한다. (편집자주)


이제 비디오·DVD를 빌리러 가기 위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가 보고 싶었던 최신 영화를 선점하지 못한 실망감에 빈 손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일상은 또 하나의 아날로그적 추억 속으로 묻힐 전망이다.

음악이 그랬든 영화 시장에도 올 것이 오고 있다. 바로 `온라인화`다. 음반과 같이 이제 비디오와 DVD도 `효용`보다는 `소장` 가치로 남는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

더불어 영화 유통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불법 영상물의 범람으로 축소돼왔던 비디오와 DVD 시장을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이 잠식할 조짐이다.

물론 아직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대부분이지만 정부의 규제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온라인 VOD 시장의 잠재력은 커진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장, `버추얼 비디오 스토어(virtual video store)`의 강자로 최근 속속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내놓은 유선통신업체가 부상하고 있다.

◇`홀드 백` 시스템 붕괴 조짐

"영화 유통의 `홀드 백(Hold Back)`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오프라인 음원 시장이 축소되고 온라인 음원 시장이 확대됐던 것처럼 영화 유통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경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홀드백` 시스템은 영화가 극장을 거쳐 비디오와 DVD와 같은 렌탈 혹은 셀스루(sell-through) 매체로 수익을 거둔 이후 케이블TV의 영화 채널과 지상파TV 등에 시차를 두고 상영하는 업계의 관행. 각 매체에서 확실한 수입을 거둘 수 있도록 일종의 수익 보장기간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통상 영화가 1차 매체인 극장에서 2차 매체인 비디오·DVD 시장으로 가는데 6개월 정도가 걸렸고, 케이블TV로 가는데 3~6개월, 케이블TV에서 지상파TV로 넘어가는데 6개월이 걸렸다. 극장 개봉을 마친 후 지상파TV로 방영되는데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시스템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6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DVD 출시 이전 TU미디어의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를 통해 방영됐으며, 1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였던 영화 `왕의 남자`는 극장 종영 후 약 6개월 만인 지난 11월 지상파TV의 전파를 탔다. 그리고 최근 `라디오스타`는 극장 종영 후 불과 4개월만에 지상파TV를 통해 방영됐다.

홀드백 시스템의 붕괴는 비디오·DVD 시장 붕괴에서 비롯됐다. 한국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1996년 전국적으로 2만5000여점에 달했던 한국 비디오·DVD 렌탈샵은 초고속인터넷의 확산과 불법 영상물의 범람으로 현재 6000여점으로 줄었다.  
 
▲ 국내 비디오 대여점 규모, 한국영상원(KOFA)
 
김 연구원은 "과거 영화가 극장 개봉을 마친 후 지상파TV로 방영되기까지 1년 이상 소요됐지만 최근 4개월까지로 그 기간이 단축됐다"며 "홀드백 시스템의 붕괴는 콘텐트 시장의 온라인 지향성으로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강자 `유선통신업체`

이제 관심은 과연 새로운 땅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유선통신업체. 세계 1위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을 자랑하는 만큼 포화 상태인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가입자 뺏기 출혈 경쟁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유선통신업체들은 지난해 IPTV 서비스를 내놓으며 새로운 땅에 발을 들여놨다.

김 연구원은 "영화 배급 통로로 IPTV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홀드백 시스템의 붕괴와 영화 유통 시장의 변화는 속도를 더해갈 것"이라며 "유선통신업체가 영화 유통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가 불법 콘텐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경우 영화 온라인 유통 시장이 커지면서 고품질의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선통신업체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가장 먼저 서비스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의 IPTV서비스인 `하나TV`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하나TV의 유치 가입자수는 41만명. 일평균 신규가입자는 3000~4000명으로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78만명의 가입자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비디오·DVD 출시에 앞선 IPTV의 콘텐츠 제공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장의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입자 기반이 넓어질수록 비디오·DVD 출시에 앞서 영화를 서비스하는 높은 비용이 상쇄되기 때문.

하나로텔레콤(033630)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개봉작 `괴물`이 4개월후인 11월 비디오·DVD 시장에 풀린 뒤 2개월만인 1월 하나TV에서 유료로 서비스됐다"며 "비디오·DVD 출시보다 2개월 늦은 이유는 순전히 비용 때문인데 가입자 기반이 늘어날수록 이 비용은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NP파리바는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에서 "이제 IPTV가 각 가정 거실의 `버추얼 비디오 스토어`가 될 것"이라며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VOD 서비스가 각 가정이 최신 영화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디오 렌탈샵에 가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DVD와 달리 여러 가정의 동시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