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본시장 실크로드

  • 등록 2014-08-31 오후 5:00:00

    수정 2014-08-31 오후 5:00:00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실크로드는 고대로부터 동서양의 교역과 문화의 네트워크 역할을 해 온 약 6400 킬로미터에 이르는 육로 교통망이다. 중국 장안에서 시작돼 중앙아시아를 관통, 유럽 지중해까지 연결된다. 최근 중앙아시아의 경제성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러시아 등 인접국들의 경제협력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중국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이 시안(西岸)등 중국 서부지역과 중앙아시아간 경제벨트 구축을 골자로 하는 ‘신 실크로드 구상’을 제안했다. 러시아도 2012년 ‘신(新)동방정책’을 발표해 유라시아 지역의 경제주도권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부산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하고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과 연계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에 있어서도 유라시아를 커버하는 ‘자본시장 실크로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거점국가로서 실크로드의 서쪽 끝인 터키 자본시장과의 다각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터키는 34개 OECD 국가 중 유일한 이슬람국가이며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투르크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인종적, 언어적, 문화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고 이들 지역의 금융기관을 소유하는 등 경제적인 유대가 강한 나라다. 같은 알타이 문화권인 우리나라와 터키가 동서 양축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경제협력체를 구성한다면 자본시장 실크로드 실현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스탄불과 서울 간의 6시간 시차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자본시장 벨트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 폐장(오후 3시)과 동시에 터키시장이 개장(오전 9시)하므로 중앙아시아 기업의 주식이 양 시장에 상장된다면 영국, 홍콩 등 기존의 금융허브에 의존하지 않고도 24시간 거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주로 1·2차 산업 중심의 경제협력을 진행해 왔던 양국은 터키가 2009년 ‘이스탄불 금융 중심지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자본시장 분야에서도 협력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2010년 이스탄불 청산결제 및 중앙예탁기관과 3자간 양해각서 체결을 시작으로 터키와의 협력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증권유관기관의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자본시장 협력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실례로 이스탄불 거래소는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도 지분참여를 요청했지만 결국 글로벌 자본시장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의 나스닥그룹(NASDAQ-OMX)과 손을 잡았다.

고대 실크로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과 터키,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크고 작은 협력들이 모여 자본시장 실크로드가 완성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지였던 시안에서 오는 10월 ‘2014년 한중일 3국 예탁결제원 회의’가 개최된다. 개최국인 중국이 이번 회의 개최지를 시안으로 정한 것도 자본시장 실크로드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자본시장 실크로드는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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