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빌미 줄라"…G20 앞두고 홍콩시위 수습 나선 中

中 외교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보류 결정, 존중"
G20 정상회의 앞둔데다 대만 대선 反中 여론 고려
홍콩, 투신 시민 추모 위해 검은 옷 입고 행진…집회 이어져
법안 '철회' 아닌 '무기한 연기'에 여전한 갈등 불씨도
  • 등록 2019-06-16 오후 6:34:04

    수정 2019-06-16 오후 6:34:04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을 보류했다. 그동안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민 반발이 격화하자 결국 법안 심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대리인인 그가 고개를 숙인 것은 720만 홍콩시민 중 10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상 최대 시위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정치·외교적 부담이 커진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중국정부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연기가 아닌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갈등이 해소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보류한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 제공]
中 “홍콩 입법부 결정 지지”…수습에 힘 실어

이번 송환법 연기 결정은 사태 수습이 먼저라는 중국 정부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중국 신화통신은 전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정부는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 홍콩 특별행정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겅 대변인은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에 대한 지지와 존중, 이해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람 장관이 법 추진을 중단을 결정하기 전 한정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났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한 상무위원은 홍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법안 연기 결정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람 장관은 전날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들은 9일에 이어 15일도 100만 명이 홍콩 시내를 행진하며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점차 시위가 과격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3만명에 불과한 경찰병력으로는 시위 진압이 불가능하다는 홍콩 정부의 판단도 심의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반인권 국가로 낙인찍혀 비난 받는 사태를 피하고 싶은 시진핑 주석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대만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2020년 대만 총통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홍콩의 대규모 시위로 대만에서도 반중(反中) 기류가 커지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대만 민진당의 당내 경선에서는 차이잉원 현 총통이 후보로 결정됐다. 차이 총통은 강경 독립파로 중국 정부로선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다.

홍콩 입법회가 15일 범죄인 인도법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16일에도 홍콩 전역에서는 법안 완전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펼쳤다. 특히 이 날은 법안 처리를 반대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다 투신한 30대 남성 량 모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화를 들고 검은 옷을 입은 채 거리에 나섰다. [AFPBB 제공]
문제는 ‘일국양제’…여전히 들끓는 홍콩

하지만 홍콩 정부의 송환법 처리 연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분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람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법안의 허점을 막기 위해 현단계에선 개정안을 완전히 철회할 수 없다고 본다”며 어떤 형태로든 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16일에도 홍콩 시민 수십만명이 시위를 계속한 것도 이 같은 람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은 법안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추진을 반대하며 고공 농성를 벌이다 투신해 숨진 시민 량링제(35)씨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였다.

량씨 전일 홍콩 쇼핑몰 퍼시픽플레이스 4층 난간에 ‘범죄인 중국 송환 반대’ ‘중국 송환 전면 철회’ ‘람 장관 사임 요구’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두고 “캐리 람이 홍콩을 죽이고 있다”고 쓰인 노란 비옷을 입은 채 농성을 벌였다. 량씨는 경찰이 진입하자 난간 밖으로 투신해 사망했다.

홍콩 시민인권전선 대표는 “칼은 여전히 홍콩의 심장 근처를 겨누고 있다”며 “람 행정장관은 단지 칼을 부드럽게 밀어 넣고 있을 뿐이며 3∼4주, 혹은 한 달 뒤에 그는 다시 (송환법)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교원노조는 17일 예정했던 파업 대신 흰 옷을 입고 교단에 서는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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