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찌른다" 신고에 경찰, "누가요"… 대응 매뉴얼 개선 필요성

  • 등록 2018-10-23 오전 9:17:04

    수정 2018-10-23 오전 9:17:04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지난 14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당시 경찰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경찰이 다소 안일한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에서 당시 신고 녹취록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에 처음 신고가 접수된 것은 당일 오전 7시38분이다. 피의자 김성수 동생이 피해자 A씨가 자신들에게 욕을 하고 있다며 신고를 한 것이다.

김씨 동생은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다.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얘기를 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며 경찰 출동을 요구했다.

7시42분에는 A씨 역시 신고전화를 해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한다.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7시43분쯤 도착해 다툼을 말린 뒤 철수했다.

그러나 그 사이 김성수가 A씨를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이 벌어졌고 8시13분 이를 본 시민 2명이 신고전화를 연이어 했다. 첫 번째 신고는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다. 빨리, 피나고”라며 “빨리 와주세요”라는 요청을 네 번이나 반복한다.

두 번째 시민은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다. 저희는 지금 지나가다 봐서 바로 신고하는 거다.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된다”며 다급하게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이 상황에서 경찰은 “누가요”라고 되물었고, 신고자는 “그냥 빨리 오시면 된다”며 재촉한다. 경찰이 범행 당사자의 신체조건, 행동 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단순 신원을 묻는 추상적인 질문을 한 것이다.

경찰은 신고전화를 받은 지 2분 만인 8시15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A씨가 숨진 뒤였다.

이처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럿 지적되면서 경찰의 사건 대응 매뉴얼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이 1차 출동 후 싸움을 말리기만 한 점에 대해서는 피해자 A씨 아버지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가해자와 동생)을 지구대로 데려가서 진정시킨 뒤 귀가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녹취록을 공개한 강 의원 역시 “경찰 출동에서 사망까지 30분 사이에 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에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이번 사건과 같은 분노 범죄를 막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다시 짜야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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