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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하위사 자금 회수 탓…에이비엘·트러스톤 등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33곳 가운데 성과가 부진한 위탁사 몇 곳의 자금을 빼 실적이 좋은 상위 기관에 나눠주는 작업을 벌였다. 성과가 나빠 운용자금을 토해 낸 운용사는 △에이비엘글로벌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다. 반대로 자금을 받은 곳은 △베어링자산운용 △제이앤제이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국민연금은 6개월(1월, 7월)마다 위탁사를 평가하는데 정량·정성평가 등을 거쳐 가·나·다 총 3등급으로 나눈다. ‘가’ 등급은 평가 상위 25% 이내, ‘나’는 25~75% 운용사다. ‘다’ 등급은 평가 상위 75%를 밑돌아 위탁자금 회수 예외(3년 벤치마크 수익률 연환산 2% 초과)를 받지 못한 운용사다.
이에 따라 성과 하위사는 자금을 뺏겼고 상위사들이 추가 자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성과 하위 운용사들은 받은 자금은 주식 현물 형태로 내놓았지만 상위자들은 자신들의 위탁사 포트폴리오에 맞지 않는다며 대거 내다판 것이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이러한 코스닥 물량이 한꺼번에 쏟이지며 연기금이 투매를 했다는 비난을 산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위탁사 리밸런싱 과정에서 위탁사 간 현물 이관 작업이 있었다”며 “포트폴리오와 맞지 않는 종목은 위탁사들이 정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위탁사들은 ‘묻지마 투매’를 벌였다는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은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바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시장 기준 대비 수익률을 웃도는 지 여부”라며 “편입 가능 종목 외 다른 종목을 넣을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해 수익률이 밑돌 경우엔 불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대형주의 경우 투자풀을 코스피200으로 제한하고 투자자산의 90% 이상을 코스피100 종목에 투자하되 운용스타일 및 종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놨다. 중소형주도 주식비율을 90%이상 유지하되 특정종목군(중소형주)내 종목을 70%이상 유지하면서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종목선택 및 종목별 투자비중을 조절(특화운용)하도록 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불이익을 생각하면 통상적으로 기준 내에서만 투자한다”며 “포트폴리오가 맞지 않으면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실제 코스닥 시장서 연기금의 대규모 매도사태가 빚어진 지난 7일 이후에도 연기금의 ‘팔자세’는 계속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리밸런싱을 통한 포트폴리오 정리 기간은 보통 1개월 가량 걸린다”며 “최근 물량을 내놓은 운용사들은 현금을 가지고 있다가 정리가 끝나면 매수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연금 측은 “이번 위탁사 교체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