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봉쇄전략 보란 듯 손잡은 시진핑-푸틴…5G 계약 체결

화웨이, 러시아 MTS와 5G 네트워크 구축
시진핑·푸틴, 계약체결 바라보며 박수치기도
중-러 "주요 국제문제 입장 일치…이란 일방적 제재 반대"
서방 제재에 비슷한 갈등 '동병상련'…유대감 강화 계기
  • 등록 2019-06-06 오후 7:43:37

    수정 2019-06-06 오후 7:43:37

궈핑 화웨이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알렉세이 코르냐 MTS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두번째)가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5G 통신망 구축에 관한 계약을 맺은 후 악수하고 있다. 그 모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끝)이 바라보며 박수치고 있다.[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의 친밀감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을 약속했다.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서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양국은 화웨이가 공급하는 장비로 러시아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화웨이 봉쇄에 나선 미국의 전략에 양국이 손잡고 보란 듯이 구멍을 뚫은 것이다.

화웨이 봉쇄 앞장서는 美 보란 듯…‘밀착 과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양자회담에 궈핑 화웨이 회장과 MTS의 알렉세이 코르냐 최고경영자(CEO)가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화웨이와 MTS는 2020년까지 러시아에 5세대 이동통신(5G) 망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궈 회장과 코르냐 CEO가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악수를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번 화웨이와 MTS의 계약은 화웨이 봉쇄에 나선 미국엔 큰 타격이다. 러시아가 화웨이와 손을 잡으면서 미국의 봉쇄망에 큰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은 지난달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 스마트폰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의 개발사 구글을 포함해 인텔이나 퀄컴 등 주요 반도체 회사도 화웨이에 기술과 부품 공급을 중단하며 화웨이는 존립 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맹국을 향해서도 화웨이를 5G 산업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같은 날 피트 훅스트라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네덜란드 정부를 향해 중국의 스파이 행위를 막으려면 화웨이 장비를 5G 망에서 전면 배제해야 한다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나쁘고, 나쁜 생각이며 잘못된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독일과 영국 등을 방문해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5일 통신기술 컨퍼러스를 열고 국내 IT기업들을 초청해 “단기적 비용절감에 솔깃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화웨이 배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러시아를 아군 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수익원을 찾는다면 당장의 자금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를 봉쇄해 고립시키려던 미국으로선 이번 중-러 밀착이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외교 영역에서도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양국은 주요한 국제문제에서 입장이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이란에 대한 일방적 제재도 반대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中 매체 “새로운 외교 지평 열었다” 자평

시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푸틴 대통령을 각종 국제 행사를 포함해 30여 차례 만나며 관계 강화에 힘써 왔다. 이번 러시아 방문은 2017년 하반기 시진핑 2기가 출범 이후 첫 방문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기술과 안보 등 다방면에서 미국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군 확보가 절실하다.

이미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고 있던 4월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왔을 때 환대를 하며 맞았다. 당시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는 푸틴 대통령에 명예박사 학위도 수여했다.

중국이 필요한 건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의 알렉산더 가브에프 대표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기 시작한 이후, 중국과의 지정학적 관계가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모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러시아가 주최하는 제23회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후 7일 베이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정상간의 만남이 새로운 양국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러관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신시대 중-러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은 대(大) 사건”이라며 “이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어떻든지 영향을 받지 않고 중-러 관계가 계속해서 밀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리리판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관계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유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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