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선]이해찬 대표의 '240석 발언'이 불편한 이유

17일 원외위원장 총회서 "240석 목표로 내년 총선 준비"
논란 커지자 민주당 "덕담 차원에서 한 말"
오만함으로 패배한 새누리당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 등록 2019-04-21 오후 7:13:08

    수정 2019-04-21 오후 7:13:08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번 주 이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발언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한 인사말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오늘 125명 원외위원장들이 총회를 하는데 125명이 다 내년 총선에 당선되면 우리 당이 240석이 되고 비례까지 합치면 260석쯤 된다”며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서 충분히 우리가 꿈 꿔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사말 말미에 다시 “115석에 125석을 합치면 240석이다. 240석을 목표로 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여기서 115석은 현재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수다.

이 발언은 강한 파장을 일으켰다. 240석이면 전체 300석 중 80%를 민주당이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상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 2(200석)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240석이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민주당이 마음을 먹으면 어떤 법이든 고치고 만들 수 있다. 사실상 ‘민주당이 1당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민주당에서는 원외위원장들의 모임에서 덕담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날 저녁 “이 대표의 현장 발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하에 우리 당의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모두 분발해 최대한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는 독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독려 차원의 덕담”이라고 해명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의 이 발언은 경위와 맥락, 당시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도 부적절하다. 이 발언이 비공개 모임에서 한 것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 발언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왔을 뿐 아니라 출입기자들에게 메일을 통해 ‘여과없이’ 전달됐다. 이 대표뿐 아니라 이를 전달한 민주당 역시 이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총선이 1년 남았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되돌아보면 당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 민주당의 승리였다. 여러가지 패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패인을 꼽으라면 새누리당의 오만함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승리했다는 오만함이 친박공천으로 이어졌고 비박인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들고 나르샤’ 사태까지 일으켰다. 이런 오만함에 질린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외면한 것이다. 그만큼 선거 준비에 있어 오만함은 정치인들과 정당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다.

지금의 민주당은 4년전 새누리당과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을 뿐 아니라 내년 총선 전망도 밝다. 많은 전문가들이 민주당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이 대표의 ‘240석’ 발언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오만함이 읽힌다. 다시 한번 더 얘기하지만 선거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는 ‘오만함’이다.

※[여의도시선]은 국회를 출입하는 이 기자의 눈길을 끈 장면이나 소식에 이 기자의 시각을 담아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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