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VS 현실, 부러진 화살 논란

  • 등록 2012-02-03 오후 3:28:35

    수정 2012-02-03 오후 3:28:35

[이데일리TV 배재억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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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 맞아 보셨습니까?”라는 질문이 화제다. 저예산 영화 ‘부러진 화살’을 주제로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나온 질문이다. ‘부러진 화살’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모티브가 되었던 석궁테러사건의 진실논쟁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허구의 세계인 영화에서 사람들이 찾는 진실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강타한 문제의 영화 ‘부러진 화살’의 뜨거운 논란의 현장을 ‘이슈앤토크’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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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실제로 일어났던 대학교수의 석궁테러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과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도드라지는 영화고, 또 그 캐릭터의 힘으로 끝까지 가는 영화이다. 주인공이 부조리에 정면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통쾌감을 안겨주는 부분이 관객들의 욕망과 아주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영화의 흥행 요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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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감독이 13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부러진 화살’은 공권력을 향한 거침없는 메시지 때문에 개봉 전부터 많이 논란이 있었다. 정감독은 “나한테 이 영화 개봉이 가능하겠냐는 질문들을 많이 했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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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2007년 발생했던 석궁테러사건의 김명호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교수.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학교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지위확인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패소한 김명호 교수는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석궁에 맞아 상해를 입었다는 판사의 주장과 달리 자신은 석궁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바로 이 석궁을 쏜 형사사건 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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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재판부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사건을 맡은 판사들은 사법부에 대한 도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재판을 진행한다. 피고인의 요청이나 증거는 무시되기 일쑤고, 재판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김교수의 행동을 테러로 규정한 사법부의 권위의식에 대해 영화는 물음표를 던진다.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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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간 감옥살이를 하고 지난 해 1월 출소한 영화 속 실존 인물인 김명호 교수를 만났다. “위협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죄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한테 한 행위에 대해서 아주 최소한의 저항을 했을 뿐이다. 내가 괘씸하다고 해서 없는 증거를 가지고 처벌을 할 수는 없다. 부러진 화살은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가 바꿔치기한 것이다. 증거 없으면 무죄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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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실화를 영화로 다룰 때는 문제의식을 극명하게 하기 위해 굉장히 선명한 이해관계로 갈라놓는다. 특히 구조와 개인의 싸움일 때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개인의 편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극장에서 만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 대부분은 사법부보다는 김교수 쪽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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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구조 외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김 교수 역을 맡은 안성기의 영향이 매우 컸다. 개봉 전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안성기는 “늘 사람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엔 좀 까칠하지만 불의에 대해 주장을 굽히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라며 참여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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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나치게 영화를 통해 지난 사건을 투영하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는 안성기 씨가 거의 80% 이상 기여한 영화이며 그의 필모그래피에 오래 남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허구적 설정들이 영화 속에서 가미되어 있다. 영화가 사실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간과하는 것이다”고 조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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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의 개봉이 가장 부담스러웠을 사법부가 개봉 2주 만에 유감을 표시했다. 예술적 허구이고 사실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사법 테러를 미화하고 근거 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했다는 논지다. 몇몇 변호사들도 석궁으로 위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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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살인의 추억’에서 최근작 ‘도가니’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문제의식과 일반 관객들의 분노가 ‘부러진 화살’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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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문화평론가는 “최근 SNS 확대로 참여의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현실이 투영돼 있는 작품들이 더욱 각광을 받는다. 이를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며 관객들은 사실성보다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이다.”라고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들의 성공 요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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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러진 화살‘의 흥행이 이어지면서 법조계에서도 새롭게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판부의 고압적인 재판진행을 반성하고 재판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금처럼 지나치게 감추는 것은 국민들의 불신을 가져오고, 그게 한계에 부딪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법원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계속 개혁을 해 왔다면 석궁사건 같은 사건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렇게 큰 화제가 안됐을 것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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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사실성 논란은 더 이상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없다. ‘부러진 화살’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사법체계를 공정하고 믿음직스럽게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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