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본능 증명 '나다르크', 패스트트랙 정국 최대 수혜주로

한 주간 바닥투쟁 진두지휘하며 투쟁력 입증
여권서 "미쳤다·관종" 비난, 오히려 성과 반증
임기 초 '간헐적 단식' 등 실기도 만회했단 평
다만 향후 입지 위해선 투쟁 외 능력 보여야
"협상력과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 제시해야"
  • 등록 2019-05-01 오후 5:08:06

    수정 2019-05-01 오후 5:41:1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패스트트랙 7일간 저지투쟁 경과와 향후 투쟁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나다르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백년전쟁에서 활약한 프랑스 국민 영웅 잔다르크의 합성어다.

나다르크라는 단어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처음 언급된 것은 나 원내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수석대변인에 빗대면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나 원내대표 연설 도중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다. 민주당의 전략은 나 원내대표를 잔다르크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나 원내대표가 취임 뒤 처음으로 제대로 된 투쟁력을 나타냈다는 말이 나왔지만, 대여 투쟁 전략이나 대응책을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약 한 주간 이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정국에서 ‘바닥투쟁’을 진두지휘하면서 야당 원내사령탑이 갖춰야 할 ‘투쟁 본능’을 여실히 증명했다는 분석이다.

“의원·당직자·보좌진 혼연일체 돼 단결”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추진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여야 지도부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정도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고립시키면서 범여권 연대를 성사시켰고, 나 원내대표는 여야 4당 연대에 홀로 맞선 한국당을 이끌면서 “야성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패스트트랙 저지 자체에 성공하지 못한 한국당의 득실 여부와는 별개로, 나 원내대표는 여권의 총공세에 맞선 ‘투사’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면서 최대 수혜주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당이 모처럼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의원, 당직자 그리고 보좌진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일치단결했다”며 “저력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의 단결과 향후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하느라 이 기간 동안 하루 한·두 시간 내외의 쪽잠을 자면서 버텼다는 후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몸소 바닥에 누워 항의하고 여야 대치 현장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취임 초부터 따라다닌 투쟁력에 대한 의문을 해소했다. 여권 입장에서 악재라고 할 수 있는 이슈가 계속 발생하는 와중에 ‘5시간 반 간헐적 단식’ 등으로 실기했던 임기 초반 실수도 만회한 분위기다.

여당에서 “미친 것 같다”(우상호 의원)·“개념 없는 관종(관심종자) 정치”(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라는 원색적 비난이 나오는 것 역시 오히려 성과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내 한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가 투쟁력을 제대로 보여줬다”며 “이번에 당이 많이 단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전에는 우리끼리 많이 싸웠던 게 사실인 데 의원들끼리 서로 감동했다는 얘기를 할 정도”라고 했다.

“부르주아 이미지→리더십·투쟁력 발휘”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 단계 체급을 올린 게 사실이지만 향후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서는 투쟁력 이상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를 주도하고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 해산 청와대 국민청원이 15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강경일변도 노선에 대한 여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나 원내대표 역시 이날 ‘반(反)헌법 패스트트랙 7일간 저지투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회 자체가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합의정신을 존중하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 불문율인 합의정신이 짓밟혔다”면서도 “조심할 부분이 있으면 조심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내기 위한 ‘선거제·공수처·민생 3위일체 콘서트’와 ‘114 민생버스 투어’ 추진 방침도 밝혔다. 그는 “미세먼지와 최저임금제도 개선·교육정책은 결국 국회에서 결정된다”며 “114명의 의원들과 함께 틈나는 대로 민생현장에 가겠다”고 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나 원내대표가 조금 부르주아 이미지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투쟁력에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런데 이번에 상당한 리더십과 투쟁력을 발휘하면서 최대 수혜주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제 야당 원내대표로서 협상력도 보여주고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해야 한다”며 “구체성 있고 국민들한테 피부에 와 닿는 담론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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