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도 女風…당당한 여성 내세운 '춘풍이 온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시리즈 네 번째 작품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 현대적 재해석
'미투' 운동 등 시대상 풍자·해학으로 담아
  • 등록 2019-01-21 오전 10:04:38

    수정 2019-01-21 오전 10:04:38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나는 이 이야기 반대요.” “나도 반대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시작을 알리는 흥겨운 고사를 끝내고 본 공연을 올리려는 찰나 무대 위 여성 출연자들이 이 공연을 반대한다며 일어선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여자 밝히기로 소문난 주인공 춘풍의 이야기를 공연해도 되냐는 것. 당당한 ‘여풍(女風)’에 객석에선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춘풍이 온다’는 국립극장이 ‘심청이 온다’(2014·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에 이어 선보이는 마당놀이 신작. 판소리 다섯 바탕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진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이 원작이다. 주색잡기에 빠진 춘풍이 기생 추월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몽땅 탕진하자 어머니 김 씨 부인과 몸종 오목이가 추월을 혼쭐내고 춘풍을 재치 있게 구해내 가정을 되살린다는 내용이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활약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원작에서 주인공 춘풍의 아내였던 김 씨 부인을 춘풍의 어머니로 설정하고 춘풍의 아내가 되는 몸종 오목이를 새로운 인물로 등장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욕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춘풍과 몸종의 신분이지만 지혜롭게 위기를 헤쳐나가는 오목이의 대비가 웃음과 함께 남녀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극장 마당놀이의 특징은 현대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남녀노소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춘풍이 온다’에서도 출연진이 랩을 하거나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에서 쓰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공연 시작 전 파는 엿, 새해 무운을 기원하며 올리는 고사,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즐기는 뒤풀이는 마을잔치에 온 듯한 흥겨움을 느끼게 만든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시리즈는 연출가 손진책, 극작가 배삼식, 작곡가 박범훈, 안무가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등 마당놀이 원조 창작진이 참여해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고전의 재해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네 차례 공연을 찾아온 관객은 무려 16만 1304명. 국립극장 관계자는 “이번 공연도 매회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손진책 연출은 “마당놀이는 지금, 여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되돌아보는 우리의 연극”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사회적 인식과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시대를 앞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의 가치를 조명했던 고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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