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국제기구간 협업으로 구글·페이스북 승자독식 막아야"

독일 국제경쟁회의서 글로벌IT기업 제재 논의
"과소 규제에 따른 비용 생각해야할 시점"
"경쟁당국 공동 대응 넘어 조세당국 등 협업"
"재벌 미래산업 동력이나 상생생태계 저해"
  • 등록 2019-03-15 오전 10:30:29

    수정 2019-03-15 오후 2:46:55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의 승자독식을 막기 위해 경쟁당국뿐만 아니라 국제표준화기구, 소비자기구 등 국제기구 간 협업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글로벌 IT기업의 빅데이터·알고리즘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문제는 과거 규제틀로 다루기에 한계가 있는데다, 개별국가가 아닌 글로벌 공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경쟁당국 넘어 소비자기구, 조세당국 협업 중요”

김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 참석해 ‘크다는 것은 나쁜 것인가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섹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IT기업의 등장은 소비자 후생을 도모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혁신가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마련된 토론 자리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글로벌 기술 기업은 파괴적 혁신을 거듭해 소비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가격 차별, 알고리즘 담합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불공정 행위가 출현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전통 산업과는 달리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 등으로 승자독식 현상이 만연해 있다”며 “일부 글로벌 기업은 경쟁 스타트업 기업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는 등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사전에 막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글로벌IT기업에 대한 제재는 유럽연합(EU)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EU 경쟁당국은 구글의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에 대해 최대 규모인 과징금 43억4000만 유로(5조7000억원 상당)를 부과한 바 있다. 한국 역시 구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다른 경쟁당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어떤 국가의 경쟁당국은 글로벌 테크기업을 조사하지만 어떤 경쟁당국은 이를 방관하는 등 접근방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과잉규제로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경쟁당국이 좀더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잉규제 비용뿐 아니라 과소규제에 따른 비용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며 “경쟁당국은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독점 기업을 대신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보지만 이에 대한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글로벌IT기업의 빅데이터 독점 등은 과거 제조업 시절과 달리 시장 자체에서 자율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개별 국가의 경쟁당국의 힘만으로는 글로벌IT기업의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 국제경쟁당국 협의체, 나아가 국제표준화기구나 국제소비자기구, 조세당국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제경쟁법 커뮤니티를 통해 경쟁당국들이 공동의 대응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은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국가별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면 시장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기업의 혁신 유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른바 ‘구글세’ 관련 문제는 G20차원에서도 공론화가 상당부분 이뤄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쟁법 집행에 대해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쟁법뿐 아니라 정치·법률·행정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경쟁 이슈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당국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조화시켜 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윌리엄 코바치크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전 미국 연방거래위원장)가 국제 협력 체계 현실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정무적 차원에서의 급격한 개혁 추진은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경쟁당국의 행동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벌, 미래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나 상생생태계 저해도“

한편, 김 위원장은 한국의 경쟁법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한국의 재벌 사례를 거론했다. 재벌은 한국 사회에서 ‘큰 것’이지만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이 이날 회의에서 다른 국가들은 TV·반도체·자동차 등 분야에서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국가대표기업(내셔널 챔피온)을 키우며 유럽연합(EU)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세차례 언급한 것과 관련해 재벌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아마 그가 염두에 둔 한국 기업은 삼성(반도체·TV), LG(전기차 배터리), 포스코(차량용 철강), 현대차(자동차)였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과거 클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국가대표기업’을 육성해 왔다. 제한된 자원을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시켜 소위 재벌기업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기업은 미래에도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일 것이며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부 대기업의 파산으로 국가경제 전반이 붕괴된 경험이 있고 경제력 집중에 따라 대·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가 저해되기도 했다”며 “큰 것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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