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 10년째 700원..`그래도 포기 못할 이유`

2001년 1월부터 700원..이제는 버릴 수 없는 `간판`
매출 기여 높고 상징성 커.."역마진 상황이 된다해도 700원 유지"
  • 등록 2011-01-25 오후 2:44:49

    수정 2011-01-26 오전 9:46:33

[이데일리 유환구 기자]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은 웹툰 `와라 편의점`에는 16년째 삼각김밥만 먹는 손님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삼각김밥의 `달인`인 셈이다.

그저 만화 속 얘기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삼각김밥의 마니아층은 꽤나 두텁다. 편의점의 베스트셀러이자 간판 상품으로 장기간 군림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삼각김밥의 팬들에게 2011년은 뜻깊은 해다. 올해로 출시 2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삼각김밥의 가격이 700원이 된지 10년째 되는 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 10년새 37% 올랐고, 식료품은 60% 가량 뛰었다. 자고 나면 물가가 뛰는 시대에 강산이 바뀐다는 10년간 똑같은 가격을 유지한 것. 삼각김밥이 10년째 700원인 사연을 알아보자.

◇ `20년전엔 1000원`..삼각김밥, 어떻게 700원 됐나 삼각김밥을 처음 한국에 출시한 곳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었다. 1991년 세븐일레븐이 `삼각김밥`을 내놓자 몇달 지나지 않아 훼미리마트와 GS25도 같은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 삼각김밥 패키지 모음
처음부터 인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90년대는 암흑기였다. 인지도가 낮은 데다 가격도 당시로선 만만치 않은 900~1000원 수준이었다.

도약의 계기는 2001년 TV광고였다. 세븐일레븐이 2001년 1월 삼각김밥 가격을 700원으로 내렸고, 동시에 TV 광고를 시작하며 급속도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광고 이후 편의점 업계의 삼각김밥 판매가 100배 이상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후에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모양이나 재료를 달리해 800원짜리를 내놓기도 하고, 1000원짜리 프리미엄 삼각김밥도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700원 삼각김밥에 비해 판매가 턱없이 지지부진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700원 삼각김밥은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 가격 못 올리는 속사정은?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편의점하면 떠오르는 간판 상품인 데다 오랜 기간 가격이 고정돼 쉽게 인상 결정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GS25 관계자는 "삼각김밥은 일종의 서비스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주로 구입하는 고객이 가격 민감도가 높은 학생층이어서 각종 증정행사의 단골 품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700원을 유지해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점도 이유다. 매출 기여도가 높고 동반 구매 효과도 낼 수 있어서다. 편의점 업계는 설사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상당기간 700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관계자는 "삼각김밥은 편의점의 푸드 상품 가운데 매출 비중이 40% 에 달하는 캐쉬 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고 음료나 컵라면의 동반구매를 일으키는 효자 상품"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더 올라 역마진이 되더라도 700원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각김밥 매출 성장률 (제공: 세븐일레븐)
삼각김밥은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도시락이나 말이 김밥, 샌드형 김밥 등이 등장하면서 `퇴물` 취급을 받는듯 했지만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이 지난 2009년부터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푸드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를 계기로 삼각김밥의 매출도 덩달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 업체간의 눈치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상품들은 공급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편의점들도 함께 인상을 하게 되는데 삼각김밥은 자체 공장에서 제조를 하기 때문에 먼저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형국"이라며 "사전에 가격인상 담합을 하지 않는 이상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각김밥은 어디서 왔을까 삼각김밥은 원래 주먹밥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시작됐다. 1980년대 주먹으로 쥔다는 뜻의 `오니기리`라는 상품이 현재와 같은 삼각김밥의 효시로 전해진다.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인기를 끌게 된 계기가 재밌다. 일본의 한 가족이 삼각김밥을 준비해 소풍을 갔는데 김이 눅눅해진 것을 보고 밥과 김을 분리해 포장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중간에 빨간 띠를 한 바퀴 돌려 떼어내 양쪽을 잡아 당기는 포장법이 여기서 유래됐다. 먹기 직전에 밥을 김으로 싼 것과 같은 효과를 내서 바삭바삭한 김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각김밥의 맛과 품질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업체별로 20~30개종의 삼각김밥을 판매하고 있으며 거의 매주 새로운 상품을 선보인다. 참치마요네즈, 소고기, 전주비빔, 화끈불닭 삼각김밥 등 인기 순위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지난 17일 업계 최초로 해바라기씨유를 발라 구운김을 사용한 삼각김밥을 판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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