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민연금 기금委, 전문성은 강화하고 독립성은 퇴보?

전문성만 강화한 기금위 체계 개편
복지부 내 사무기구 설치…“독립성 침해 논란 여전”
  • 등록 2018-10-07 오후 5:40:00

    수정 2018-10-07 오후 6:32:08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위원회 체계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복지부는 앞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위원 전문성과 권한 강화 △위원회 상시 운영 △상근위원(3명) 위촉 △소위원회(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성과보상평가) 체계 구축 △복지부에 사무기구 설치 등이다.

이날 눈길을 끈 건 시민단체가 기금위가 열린 서울 프라자호텔 행사장 한 쪽을 점거한 채 실시한 피켓시위였다. 이들은 “국민합의 없는 기금체계 개편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이날 기급시위를 벌였다.

시민단체가 이날 제기한 또 다른 문제는 위원 자격요건 신설과 사무기구 신설 문제다. 이들은 “가입자 대표성을 훼손하고 관치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개편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정치권 외압에 휘둘려 삼성의 손을 들어준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후 국민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복지부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기금운용위의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선 듯했다. 기금운용위 사무기구를 복지부 내에 두기로 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당연시 하게 된 것이다. 한 연기금 CIO는 “사무국이 복지부에 속해 있으면 복지부 입김이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사무기구 장도 복지부 장관이 지명하게 해 독립성 침해 논란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연기금 CIO는 “대다수의 해외 연기금은 정부가 독립성을 보장함에 따라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라며 “독립성을 보장하면 전문성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국민연금(AP)은 6개 기금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운용결과만 보고받을 뿐 개입할 수 없다. 네덜란드는 민간 자회사인 자산운용공사(APG)를 만들어 공적연금(ABP) 기금 운용을 맡기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도 “현재는 국민연금 기금본부를 복지부 내 연금재정과 한 곳에서 관할하고 있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3곳으로 전담부서가 늘어나게 된다”며 “단순히 복지부 조직을 키우려는 의도를 넘어 지금보다 기금운용위에 대한 입김이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민연금은 독립성 결여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민들은 63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이 수익률 개선은 뒷전이고 특정 집단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까 걱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사무기구를 굳이 복지부 아래에 둬야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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