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뉴욕회동’ 제안에 25일 미국 뉴욕에 입성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화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면서 ‘2차 핵담판’을 향한 양측 간 간극은 한 발짝 더 좁혀졌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와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선 11·6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對北) 속도전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작지 않다. ‘비핵화의 본질’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따른 2차 회담이 자칫 ‘역풍’을 불고 올 수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 “곧 개최”..참모들 “아직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 현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1차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열릴 것”, “장소는 아마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장소일 것” 등 양측간 협의가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있음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문제는 플러스 알파의 핵심인 2차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준비를 위해 “머지않아(before too long) 내가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양측 간 선행조치’를 묻는 질문에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2차 정상회담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2차 정상회담을 두고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큰 양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양측 간 협상이 어느 정도 선까지 왔는지는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을 통해 그 얼개를 드러낼 공산이 크다. 양 장관의 ‘뉴욕회동’이 2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의 속도전..더 복잡해진 北美협상
미국 실무협상단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1차 정상회담 때와 달리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야 하는 만큼 꼼꼼한 사전준비가 불가피한데, 대통령의 ‘속도전’ 의지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차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즉 2021년 1월까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보상을 둘러싼 선후(先後) 문제 등 협상의 ‘디테일’에 대한 기 싸움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점은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틈날 때마다 선(先)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때까지 대북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며 유엔 회원국들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사상 첫 여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오른 지나 해스펠은 지난 24일 루이스빌 대학 맥코넬 센터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이례적인’ 공개발언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왔으며, 평양 김정은 정부는 핵무기가 체제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