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참사 펜션 ‘농어촌민박’…농식품부, 규정 위반여부 조사

불법 증·개축 등 위반사항 적발 땐 시정·폐쇄명령
안전 규정에 난방가스 빠져…제도적 허점도 확인
  • 등록 2018-12-19 오전 11:02:32

    수정 2018-12-19 오후 1:39:11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2층 발코니에서 18일 밤 국과수와 경찰 관계자들이 가스보일러 연통을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18일 보일러 배기가스 유출 추정되는 사고로 고교생 10명 중 3명이 숨진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이 지난 7월24일 농어촌민박으로 신고·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곳이 농어촌정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정부는 농·어업인의 부가적인 소득 창출을 돕고자 2002년 농어촌민박 제도를 도입했다. 농·어업인이 복잡한 숙박시설 설립 규정에서 벗어나 거주하는 주택에서 민박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약 2만여곳이 등록돼 있다.

농어촌정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농어촌민박 사업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정기적으로 안전 교육과 시설 점검을 받아야 한다. 또 위반사항이 있을 땐 최장 6개월 동안 영업을 정지하거나 폐쇄 명령을 내리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불법 증·개축 등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시정·폐쇄 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19일 현재 이곳에 있는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배기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제도적 허점도 확인됐다. 농어촌민박을 신고하면 해당 시군구에서 시설 안전점검을 하는데 관련 규정에 식품위생이나 화재 예방만 있을 뿐 난방가스 기준이 빠진 것이다. 시설 점검이 규정대로 이뤄졌더라도 이번 참사를 막았으리란 보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선 올해 상반기 전국 농어촌민박 2만여 곳을 전수조사해 2009건의 불법 증축과 1096건의 무단 용도변경을 적발해 시정·정지·폐쇄 조치를 했다. 그러나 이곳은 전수조사 이후인 7월 등록된 곳이어서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12월 동절기 점검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농어촌민박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불거질 수 있다. 농어촌민박이 농·어촌 주민의 소득 향상이라는 원 취지에서 벗어나 도시의 숙박 사업자가 더 쉽게 지역에 펜션을 설립하는 데 활용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의 올 4월 실태조사 결과 2만여 농어촌민박 중 1416호는 농·어촌에 전입해 민박을 등록한 후 전출하는 방식으로 실거주 조건을 위반했고 아예 신고 없이 숙박영업을 한 사례도 1249건 있었다.

농식품부는 조사 과정에서 이곳 사업자가 이 같은 실거주 조건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함께 확인할 예정이다.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이를 강력 제제할 방법도 현재로선 없다. 현행 규정상 사업자가 시정 조치나 폐쇄명령을 위반하더라도 간판을 떼는 식의 행정 제재밖 할 수 없다. 정부는 앞선 전수조사에서 농어촌민박 245곳에 사업정지·폐쇄 명령을 했으나 아직 3분의 1 가량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농어촌민박 규정 위반 사업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적용되진 않았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농어촌민박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일부 도시민이 이를 투기 대상으로 삼아 집단·대형화하고 있다”며 “농어촌 민박 허위 신고자에 대해선 강력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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