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되찾은 일자리…쌍용차 해고 노동자 티볼리 만든다

文대통령, 인도까지 가서 쌍용차 해고자 문제 언급
소형 SUV 티볼리 성공…해고자 복직 기틀 마련
10년 간 해고자 문제 종지부…쌍용차 부활의 노래
  • 등록 2018-09-14 오전 11:45:54

    수정 2018-09-14 오전 11:45:54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김득중(왼쪽부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규모 구조조정, 옥쇄파업으로 얼룩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해고 노동자들이 9년 만에 모두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기약없던 복직을 기다렸던 쌍용차 해고자 119명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해 평택공장 등에서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 등 쌍용차 대표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고통과 아픔, 갈등을 풀어내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쌍용차 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노·노·사·정이 합의해 이룬 결과물이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0일 오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기업인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인도까지 가서 쌍용차 해고자 문제 언급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5년 12월 노사간 단계적 복직에 합의했지만, 회사는 뽑고 싶어도 여력이 없었고, 노동자는 기약없는 복직에 지쳐만 갔다.

쌍용차 해고자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 중이던 지난 7월10일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도 CEO 라운드테이블’ 행사장에서 마힌드라 회장에게 먼저 다가가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마힌드라 회장은 “현장에 있는 경영진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에 직접적으로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과거 대선 당시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노동계와의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마침표 찍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2015년 1월 13일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 출시행사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왼쪽 두번째)등 참석자들이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쌍용차)
◇소형 SUV 티볼리 성공…해고자 복직 기틀 마련

그동안 쌍용차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무급휴직자(454명)에 대해서는 2013년 전원 복직을 단행했다.

다만 해고자 복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법원의 판결을 보면 1심 법원은 “쌍용차 사측 해고는 정당하다”라고 판단했다. 2014년 2월7일 고등법원은 “쌍용차 해고는 무효하다”라는 판결로 1심을 뒤집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뒤집고 “쌍용차 사측 해고는 정당하다”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해고 노동자들을 가장 옥죄는 것은 손해배상 소송, 가압류 등 경제적인 고통이었다. 당시 경찰과 회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에게 청구한 소송금액은 47억원에 달했다. 이에 시민이 4만7000원씩 담아 소송비를 보낸 ‘노란 봉투 운동’으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2015년 1월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하면서다. 쌍용차가 3500억원을 투자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신차였다. 인도 마힌드라에 M&A(인수·합병)된 이후 처음 선보인 신차라서 쌍용차의 ‘명운’은 티볼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티볼리의 성패에 해고 노동자의 복직 문제가 달렸었다. 당시 마힌드라 회장은 “티볼리 출시 후 쌍용차의 재정상황이 개선되면 기업 노조와 상의해 2009년에 떠난 생산직 인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수 이효리는 자신의 SNS에 “신차(티볼리)가 대박이 나서 쌍용차가 해직자들을 복직시키면 춤이라도 추겠다”라고 밝혀 이슈가 됐다.

2015년 티볼리는 연간 8만대 이상 판매량을 올리며 쌍용차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후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게 됐다.

지난 2015년 노·노·사 3자 합의에 따라 2016년 2월 40명, 2017년 4월 62명, 2018년 3월 26명 등 3차례에 걸쳐 신차출시 시기에 맞춰 희망퇴직자와 해고자 등이 일터로 복귀했다.

다만 단계적 복직으로 그 사이 생계난과 질병 등으로 해고자와 가족 등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의 과정도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회사가 해고자 8명을 채용할 때 2배수인 16명에게 면접을 보게 해 같은 처지의 해고자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복직을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해고자들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0년간 해고자 문제 종지부…함께 부르는 부활의 노래

그동안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눈물겨웠다. 법정관리, 파업, 직장폐쇄 등을 겪으며 회사가 나락의 끝으로 떨어지면, 노동자도 함께 고꾸라지는 것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14일 쌍용차가 발표한 합의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복직 대상 해고자들의 60%를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한다. 또 2019년 상반기까지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 대상자는 2019년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후 부서 배치를 완료해 해고자 복직 문제를 2019년 말까지 최종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해고 노동자들도 내년 말까지 모두 일자리를 찾는 것을 계기로 쌍용차의 미래와 도약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김정욱 쌍용차 금속노조 사무국장은 “9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마음이 요동친다. 쌍용차 미래 발전을 위해서 힘을 보태겠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회사는 합의된 내용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역할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는 “쌍용자동차가 아직 남아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는 노사간 새 역사의 장을 마련했다. 2010년 이후 9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을 이뤘다. 쌍용차 임원은 임금 10%를 삭감하고, 직원들은 임금을 동결했다. ‘임금과 복지’라는 프레임보다 ‘회사의 생존과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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