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th SRE][Worst]현대차, 신용등급 AAA ‘철옹성’ 무너지나

판매량, 영업이익률 모두 부진… 기아차·현대위아도 흔들
  • 등록 2018-11-16 오전 11:03:58

    수정 2018-11-16 오전 11:03:58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들보 현대자동차(005380)(AAA)가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889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76%나 줄어든 수치로, 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35분기(8년여)만에 최저치다.

시장에서는 이미 현대차의 부진한 실적을 예상해 왔다. 미흡한 SUV 라인업으로 미국·중국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친환경차로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다. 앞서 지난 27회 SRE에서 현대·기아차가 18.1%의 득표율로 워스트레이팅 2위에 올랐던 이유도 회사의 근원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붙었기 때문이다.

이번 28회 SRE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워스트레이팅에서 40개 대상 기업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설문에 참가한 유효응답자 179명 가운데 34명(19%)이 현대·기아차의 현재 등급이 적절치 않으며, 등급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의 주요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011210)도 29표(16.2%)를 받으며 워스트레이팅 순위에서 현대·기아차 다음에 자리했다.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끝없는 추락… 현대자동차 ‘AAA’ 위태

현대차의 충격적인 실적 부진은 해외 판매량 감소에서 출발한다. 현대차의 올 3분기 국내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6만6288대를 기록한데 반해 해외 시장에서는 총 34만1872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판매량이 2.7% 감소했다.

브라질과 러시아·터키 등 신흥국 통화가 약세에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인도·브라질·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량 확대로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신흥국 통화가 전년대비 10~20% 약세를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또 에어백 제어기 리콜과 엔진 진단 신기술(KSDS) 장착 비용 등 품질비용과 월드컵 마케팅 등이 3분기에 반영되며 실적 악화가 더 심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2.9% 수준이던 차량 부문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올 3분기 -1.4%를 기록했다.

실적이 뒷걸음질치는데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SUV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SUV 차종의 상품경쟁력이 미흡해 시장 수요 증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 수요가 연간 180만대 내외에서 정체된 데다 수입차 업체의 적극적 공세로 지난 2011년 43.2%에 달했던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올 3월 39.5%까지 하락하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의 재무구조는 막대한 현금영향에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부진한 실적이 거듭되자 AAA 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10월 31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지난해 3분기부터 자동차 부문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3%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근원적인 수익창출능력이 저하됐다는 판단이다. 12일 한국신용평가도 현대기아차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현대차는 재무지표상으로는 AAA가 맞지만 과거 대비 마진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미국 시장에서 신형 싼타페 판매가 원활하지 못함에도 미국 공장 가동률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현재의 마진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가장(家長)에 ‘형제’도 ‘자식’도 휘청

현대차와 ‘운명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000270)(AA+)와 현대위아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짙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시장 판매량은 10.4% 감소했고 올 4월까지의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7.4% 줄어들었다. 중국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아직 신용등급을 뒷받침할만한 재무적 역량을 보유 중이지만 사업경쟁력 약화로 수익 구조를 회복이 어려운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위아(AA·AA-)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현대·기아차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 특성상 양사의 실적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용평가 3사는 올 4월 현대위아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고, 지난 11월 5일 한기평은 현대위아의 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 추세는 현대위아 신용등급에 강한 하향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대위아는 신용평가사들이 설정해 둔 등급 하향 트리거에 근접하고 있으며, 한국국기업평가는 지난 11월 5일 현대위아 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전문가 “현대·기아차 등급 조정 해야”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등급 조정이 이미 늦었다고 지적한다. 세계 시장에서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체가 과거처럼 높은 EBITDA마진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비하면 마진율이 낮다는 의견이다. 올 6월 기준 현대차의 EBITDA마진은 7.4%로, 도요타(14.7%)·푸조(9.0%) 등 글로벌 경쟁 업체에 비해 낮다.

한 SRE 자문위원은 “현재 현대·기아차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진한 영업이익률을 본다면 신평사들이 3분기 어닝 쇼크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등급 전망을 조정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대차 및 기아차의 현재 등급이 기업 경쟁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SRE 자문위원은 “현대차가 ‘AAA’ 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던 지난 2012~2013년 무렵에도 해당 등급을 부여하는 게 맞느냐는 논쟁이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을 점하는 기업일진 몰라도 제조업체라는 한계, 또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을 감안하면 AAA라는 등급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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