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파리도 새냐"는 비아냥…소주는 죄가 없다

英 분석기관, 증류주 판매 1위 '진로' 발표에 온라인 들썩
제조법 분류 따라 소주 '증류주', 화학주란 오해 '억울'
국내 소비량 덕에 1위, 세계적 위상 의미는 아냐
  • 등록 2018-07-10 오전 11:44:12

    수정 2018-07-10 오후 7:21:21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에서 수출용 ‘진로’ 소주 제품이 나오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가 지난해 전 세계 증류주(蒸留酒·spirits)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온라인이 들썩이고 있다.

‘사실 관계조차 잘못된 가짜 뉴스’라는 단정부터 ‘음식으로 말하자면 (소주는)인스턴트 싸구려 화학주’라는 폄하, ‘소주가 증류주면 파리는 새냐’라는 비아냥까지….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갑론을박’ 대부분은 ‘일반 소주는 증류주가 아니다’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조사 결과 발표 ‘IWSR’은 어떤 곳?

우선 이런 조사 결과를 내놓은 곳은 영국 주류시장 분석기관 ‘IWSR’(International Wine & Spirits Research)이란 곳이다. 1971년 설립된 IWSR은 세계 알코올 음료 시장에 관해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매년 시장 전망 및 소비량 관련 비교 분석 결과를 내놓는 민간업체다.

IWSR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증류주 판매 순위 집계 결과, 진로는 7591만개(9ℓ통 기준)가 팔려 전 세계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판매량이 전년 대비 0.8% 증가한 진로는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2위인 태국 ‘타이 베버리지’의 ‘루앙 카오’(Ruang Khao)와 4400만개 차이가 났다. 루앙 카오는 전년 3위에서 지난해 2위로 한 단계 상승했지만 진로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16년 2위였던 ADB의 인도 위스키 ‘오피서즈 초이스’(Officer’s Choice)는 3151만개가 판매돼 3위로 내려앉았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지난해 2555만개가 팔려 7위를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판매량은 2.2% 늘어났지만 순위는 5위에서 두 계단 떨어졌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1855만개가 팔려 판매 실적 10위에 올랐다.

◇진로·처음처럼이 증류주?

온라인상 누리꾼들의 반응은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단 사실 자체보단 일반 소주가 과연 증류주가 맞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안동소주·진도홍주 등이 아닌 진로(참이슬)·처음처럼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제품을 증류주로 볼 수 있느냐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 주류는 제조법에 따라 양조주(발효주)와 증류주, 혼성주 세 가지로 나뉜다.

양조주는 원료를 그대로 또는 당화(糖化)한 다음 효모로 발효해 만든 것으로, 알코올 함량이 낮고 추출물 함량이 높은 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청주, 맥주, 포도주, 약탁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증류주는 양조주를 증류해 만든 술이다. 양조주보다 순도 높은 주정을 얻기 위해 1차 발효된 양조주를 다시 증류시켜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이다. 알코올 함량이 높고 추출물 함량이 낮은 술로, 소주·위스키·브랜디(brandy)·보드카(패암)·진(gin)·럼(rum) 등이 대표적이다.

혼성주란 양조주나 증류주에 향료나 감미료, 색소 따위를 첨가해 만든 술로 일반적으로 모두 알코올 함량이나 추출물 함량이 높은 게 특징이다. 와인과 브랜드를 섞어 도수를 높인 강화 와인(fortified wine), 리큐르, 칵테일 등이 있다.

일부에서 소주를 증류주가 아닌 화학주라 하는 이유는 주원료인 주정을 화학 기호인 에틸알코올(ethyl alcohol)로 표기하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의 산물’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술의 생산 방식은 증류주와 발효주 두 가지로 나뉘며 화학적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술은 없다”며 “특히 국산 희석식 소주 원료인 주정은 쌀(24%), 보리(18%) 등 100% 곡물원료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석식’이라는 명칭 탓에 자칫 화학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알코올 도수를 음용하기 좋도록 맞추기 위해 물을 섞었다는 표현이다. 보드카, 위스키, 진 등 대부분의 증류주들도 적정 도수를 맞추기 위해 물로 희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제조 과정에 곡물을 발효하고 증류하는 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에 IWSR은 국산 ‘희석식 소주’도 증류주군에 포함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희석식 소주’는 저급술?…1위는 국내 소비량 덕분

‘일반 소주는 증류수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갖게 한 데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측은 “생산 공정의 선진화와 대량 생산을 통해 최저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을 뿐, 각종 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세계적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저렴한 가격에 비해 해외에서는 위스키, 브랜디 등의 증류주와 동등하게 비싼 가격에 팔리는 고급술로 인식돼 있고 세계 7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어떻게 소주가 1위를 할 수 있느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IWSR이 ‘판매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내수량은 130만9000㎘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소주 한 병 용량(360㎖)으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36억3600만병이 팔린 셈이다. 이를 지난해 주민등록인구 중 20세 이상(4204만명) 기준으로 대입해보면, 1인당 87병을 마신 꼴로 그만큼 국내 소주 소비량이 많다는 뜻이다.

IWSR 역시 “한국의 소주 시장이 너무 거대해 진로 보다 뒤처진 브랜드들도 세계 10위권 내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의 소비가 국내에서 이뤄지다 보니 소주 판매량 기록이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준다 하기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수출은 전체 판매량 중 대략 5% 내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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