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치적 진영논리에 뭇매맞은 스튜어드십 코드

보수야당 국민연금 정책 비난 한목소리
반대 진영뿐인 토론회…“국민연금 너나 잘하세요”
  • 등록 2018-08-30 오전 11:22:36

    수정 2018-08-30 오전 11:22:36

▲사진설명:자유한국당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직한 시행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오늘의 토론회는 마치 국민연금 ‘너나 잘하세요’의 느낌이 들었다.”

지난 29일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렸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토론회에서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이 한 말이다. 그는 토론회 마지막 발언자로 모든 토론자의 주장을 듣고 이 같은 말을 던졌고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실제 이날 토론회는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놓고 학계와 업계 모두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간 수없이 나왔던 독립성과 수익성 제고 방안이 빠졌다는 주장이다. 우선 토론회 주제 발표에 나선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시행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종의 터널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터널링은 지하에 터널을 뚫어 회사 재산을 빼돌린다는 학술용어다. 예컨대 기업의 10% 지분을 가진 소유주가 100% 지분의 자회사를 세우고 내부거래로 배를 불리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시행 중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독립성이 결여 돼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터널링을 빗댄 것이다.

특히나 윤 교수는 국민연금에 대해 “스스로 거버넌스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누구의 거버넌스를 건드리겠다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국민연금이 내부 지배구조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투자기업에 대한 지배구조를 이야기할 때냐는 지적이다. 더불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견줄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한국당 혁신위원회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이후 토론에 나선 학계와 업계 모두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어떠한 형태로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며 줄기차게 질타하는 목소리만 계속됐다.

물론 발제자를 비롯한 토론자의 주장은 공감한다. 일례로 수탁자 책임위원회를 들 수 있다. 국민연금이 기존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의결권 전담 기구로 수탁자 책임위원회를 세웠는데 구성원 모두 정부에서 임명한다. 위촉절차를 보면 기금운용위원회 소속 단체·기관으로부터 분과별 민간 전문가를 추천받은 후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최종 위촉한다. 더구나 의결권 전문위 사무국 역할인 간사는 국민연금 재정과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맡는다. 이는 누가 봐도 제대로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날 토론회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기만 했다는 데 있다. 시행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정책을 설명하거나 긍정적인 부분을 짚어주는 사람은 국민연금 재정과장 한 명뿐이었다. 토론회를 마치고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지적보다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선임을 놓고 질타를 이어가기도 했다.

적어도 토론회라면 찬성과 반대 측이 입장에 대해 서로 갑론을박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자리는 마치 복지부 과장을 앉혀놓고 손가락질만 하는 분위기였다. 이렇다 보니 ‘너나 잘하세요’의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은 왜 부정적인 시각의 토론자만 초청했는지. 굳이 같은 시각에 바른미래당은 국민연금 토론회를 열었어야 했는지. 야당이 함께 국민연금 때리기에 나선 건지?

지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잘 시행하고 있다고 여기진 않는다. 다만 토론회에서 독립성이 결여됐다며 주장했던 것처럼 주최 측에서는 과연 이 토론회가 정치적 진영논리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여론몰이 수단으로 이용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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