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서 최고 ‘의례용 배 모양 목제품’ 출토

4~5세기 제작.. 현존 최고
정교한 형태로 의례용으로 추정
일본과 표현방법 유사해 연구 필요
  • 등록 2019-04-02 오전 10:45:19

    수정 2019-04-02 오전 10:45:19

월성 해자 출토 배 모양 목제품(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지난해 추진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중 해자 내부에서 의례에 사용한 가장 이른 시기의 축소 모형 목재 배 1점과 4~5세기에 제작된 가장 온전한 형태의 실물 방패 2점 그리고 소규모 부대 지휘관 또는 군을 다스리는 지방관인 당주와 곡물이 언급된 문서 목간 1점 등을 발굴했다고 2일 밝혔다.

축소 모형 목재 배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축소 모형 배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통나무배보다 발전된 형태로 실제 배와 같이 선수(뱃머리)와 선미(배꼬리)가 분명하게 표현된 준구조선으로 크기는 약 40cm이다. 배의 형태를 정교하게 모방하고 공을 들여 만들었는데 안팎에서 불에 그슬리거나 탄 흔적을 확인했다. 다른 유적에서 출토된 배의 사례로 보아 이번에 출토된 유물도 의례용으로 보인다. 배는 약 5년생의 잣나무류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제작 연대는 4세기에서 5세기 초(350~367년 또는 380~424년)로 나왔다.

축소 모형 배의 경우 일본에서는 약 500여 점이 출토되었고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나온 월성의 모형 배는 일본의 시즈오카현 야마노하나 유적에서 출토된 고분시대 중기(5세기)의 모형 배와 선수·선미의 표현방식, 현측판(상부 구조물이 연결되는 부분)의 표현 방법 등이 매우 유사하다. 앞으로 양국의 배 만드는 방법과 기술의 이동 등 상호 영향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패는 손잡이가 있는 형태로 발견된 최초의 사례다. 가장 온전한 실물 자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2점 모두 수혈해자의 최하층에서 출토했는데 하나는 손잡이가 있고, 하나는 없는 형태다. 크기는 각각 가로·세로가 14.4×73cm와 26.3×95.9cm이며 두께는 1cm와 1.2cm이다. 표면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기하학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붉은색·검은색으로 채색했다. 일정한 간격의 구멍은 실과 같은 재료로 단단히 엮었던 흔적으로 보인다. 실제 방어용 무기로 사용했거나 수변 의례 시 의장용으로 세워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목간은 3면 전체에 묵서를 확인했다. 주요 내용은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당주가 보고하거나 받은 것이다. 6세기 금석문(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나오는 지방관의 명칭인 당주가 목간에서 등장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벼·조·피·콩 등의 곡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 부피를 일, 삼, 팔과 같은 갖은자로 표현했다. 안압지(현재 동궁과 월지) 목간(7~8세기)에서도 갖은자가 확인되었는데 신라의 갖은자 사용 문화가 통일 이전부터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월성해자 내부에서는 이 외에도 호안 목제 구조물과 다양한 유물들이 확인됐다. 목제 구조물은 해자 호안 흙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로 수혈해자 북벽에 조성하였다. 수혈해자 바닥을 파서 1.5m 간격으로 나무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는 판재로 연결했다. 최대 높이 3m인 나무기둥과 최대 7단의 판재가 남아 있어, 대규모 토목 공사가 삼국통일 이전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신라의 목제 구조물 전체가 확인된 최초의 사례로, 당시의 목재 가공 기술을 복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자 내부 흙을 1㎜이하의 고운 체질로 걸러 총 63종의 신라의 씨앗과 열매도 확보했는데, 국내 발굴조사 상 가장 많은 수량이다. 그리고 해자 주변의 넓은 범위에 분포했던 식물자료를 알아보기 위해 화분분석을 실시해 물 위의 가시연꽃, 물속에 살았던 수생식물, 해자 외곽 소하천변의 느티나무 군락 등을 파악했다. 추후 경관 복원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물의 흐름·깊이·수질을 알려주는 당시의 규조(물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를 분석하여 해자에 담겼던 물의 정보도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5세기 무렵 신라 왕궁의 풍경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해자 내부에서 확인된 6개월 전후의 어린 멧돼지뼈 26개체는 신라인들이 어린개체를 식용 혹은 의례용으로 선호하였던 것을 시사해준다. 삼국 시대 신라 왕경에서 최초로 확인되었던 곰뼈는 현재까지 15점(최소 3개체)이 나왔는데, 앞발과 발꿈치 등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 외에도 2~3세기부터 분묘 유적에서 다수 출토되는 수정도 가공되지 않은 원석상태로 출토했고, 통일기 이후에 조성되어 사용된 3호 석축해자의 바닥 지점에서는 단조철부(쇠도끼) 36점을 확인했다. 철부는 실제 사용 흔적이 있었으며, 석축해자 축조과정 혹은 의례 등과 관련해 한꺼번에 폐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출토한 유물들은 오는 5일부터 6월2일까지 서울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에서 열리는 ‘한성에서 만나는 신라 월성’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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