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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박병대(61)·고영한(63) 두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사법농단 사건의 시발점인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초점을 맞춰 보강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담당 부서를 연이어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전날 판사 출신인 서기호(48) 전 정의당 의원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서 전 의원은 판사 시절이던 지난 2012년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 등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한 달 후 판사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가 서 전 의원에 대한 재임용 탈락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실제 추진한 내용의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전날 서 전 의원을 상대로 인사불이익 정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는 양승태 사법부가 특정 법관을 골라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가 법관 인사 불이익 문건 작성에 개입한 것을 확인하면 조직 내 상하관계에 따른 공모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7일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 영장을 기각하며 `공모관계에 의문이 있다`는 사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3차례의 자체 조사에서 이들 문건의 존재를 전혀 밝히지 못한 채 `블랙리스트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 검찰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과 함께 법원 자체조사단이 이 의혹을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도 살피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법원의 1차 진상조사단 격인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인복(62)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해 이들 문건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두 전직 대법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 뒤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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