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지옥' 앞에 선 英…하원 손끝에 달렸다

英브렉시트, 합의 수용 전제로 5월22일까지 연기
“英, 합의 不수용·유럽선거 불참시 4월12일 자동 노딜”
브렉시트 철회 200만 청원에도…英메이 “브렉시트는 불변”
  • 등록 2019-03-22 오후 2:32:59

    수정 2019-03-22 오후 2:32:59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준기 뉴욕특파원] 영국과 유럽연합(EU),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누구도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 불안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 영국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짧으면 2주, 길어도 2개월의 시간을 버는데 그쳤다.

메이 총리와 EU 정상들은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수용 여부, 또 유럽의회 선거 참가 여부에 따라 탈퇴 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영국 하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및 유럽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英, 합의 不수용·유럽선거 불참시 4월12일 자동 노딜”

EU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6월30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는 메이 총리의 요청을 검토했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 정상들은 다양한 옵션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그 결과 오는 5월22일까지 브렉시트를 늦추기로 뜻을 모았다. 메이 총리도 이에 동의했다.

5월22일은 같은달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담 상임의장이 제시했다. EU 정상들은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의도가 없다면 5월22일을 넘어서는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경우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영국 하원은 합의안에 대해 올해 1월과 지난 12일 두 차례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모두 큰 표 차이로 부결됐다. 세 번째 찬반투표가 시행된다면 오는 26~27일로 예상된다.

EU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할 경우 우선 4월 12일까지만 브렉시트를 미루기로 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를 포함해 향후 브렉시트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결정토록 요구했다.

EU는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다면 브렉시트를 좀 더 늦춰주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에서 합의안이 또다시 부결되더라도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일단은’ 혹은 ‘당분간은’ EU에 잔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EU 입장에서는 연기할 명분이 약하다. 4월12일 자동으로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게 EU 정상들의 생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입장에선 4월 중순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조금 더 번 것”이라며 “4월12일은 브렉시트 취소가 불가능해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하게 되면 영국은 4월12일 노딜 상태로 EU를 탈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英, 지옥 가지 말라”

이날 EU의 결정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피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면서 “영국은 합의안을 통과시킬 수도, 합의 없이 떠날 수도, 장기간 브렉시트를 연기하거나 브렉시트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달 12일까지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장기간 브렉시트 연기는 자동으로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다음주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채택하길 바란다”면서 “지옥은 여전히 비어 있고, 많은 자리가 남아 있다. (영국은) 지옥에 가지 말라”고 거들었다. 아무런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남은 선택지는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 탈퇴)밖에 없다는 경고다.

만약 브렉시트 합의안이 성공적으로 영국 하원을 통과한다면 EU는 애초 브렉시트 발효일인 오는 29일 전 연기를 공식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선 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앞서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똑같은 합의안으로는 3차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장 4~5일 내에 영국 정부가 ‘의미 있는 변화’가 담긴 합의안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고 브렉시트가 장기간 연기된다고 해도 뾰족한 해법이 나오는 건 아니다. 메이 총리와 EU 측이 논란의 중심이었던 ‘백스톱(안전장치)’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는 방안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 여부와 관련해 “합의문은 매우 잘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행동의 여지가 제한돼 있다”며 재협상 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장클로드 융커(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AFP)
英메이 “브렉시트 결정은 불변”

영국 내부에서는 지금이라도 브렉시트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청원이 200만건을 넘었다. 영국 의회는 10만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는 반드시 토론 개최를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관련된 후속 절차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강경한 입장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청원과 관련한 데일리메일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다른 의견을 고려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EU를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다음주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토록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브렉시트는 국민투표라는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내려진 결론이다. 일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이를 되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총리로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