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면죄부’ 사실로..숭의초 교장·교감 해임 요구

재벌손자 가해학생서 제외시키고 조사자료 학부모에게 유출
숭의초 교장 오히려 피해학생에게 전학 권유...“갈등 심화”
목격자 진술서 종적 감춰...교장·교감·생활부장 등 중징계
  • 등록 2017-07-12 오후 2:00:09

    수정 2017-07-12 오후 3:02:15

배우 윤손하 씨의 아들과 대기업 총수의 손자가 학교 폭력에 연루돼 논란이 일고 있는 19일 서울 중구 예장동 숭의초등학교 앞에서 서울교육청 신인수 초등교육지원과장과 관계자가 현장 조사격인 특별장학을 실시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기업 총수의 손자에게 ‘학교폭력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재벌 손자를 학교폭력 가해학생에서 제외했고, 해당 학생의 학부모에게 조사 자료를 유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학교장은 오히려 피해학생에게 전학을 권유하는 등 학교폭력 사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인 숭의초 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의 해임을, 담임교사의 정직을 학교법인에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이같은 내용의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숭의초에서 학교폭력 면죄부 논란이 일자 지난달 19일부터 20일까지 현장조사(특별장학)를, 같은 달 21일부터 30일까지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재벌 손자 학폭위 심의대상서 빠져

감사 결과 재벌 손자에 대한 학교폭력 면죄부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4월 27일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피해학생 어머니는 재벌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선 이 학생이 심의대상에서 누락됐다. 야구방망이 등 학교폭력에 사용된 물건을 가져온 것도 재벌 손자였지만 이 학생은 생활지도 권고대상에서도 빠졌다.

심지어는 재벌 손자의 학부모에게 학교폭력 조사자료가 유출되는 일도 있었다. 숭의초 생활지도부장은 재벌 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자료(학생 확인서)와 학폭위 회의록을 해당 학부모 요구에 따라 이메일과 문자로 전달했다.

학생 진술서가 종적 없이 사라지는 일도 벌어졌다. 담임교사가 사건 초기 학생 9명으로부터 받은 진술서 18장 중 6장이 분실된 것이다. 이 중 4장은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의 진술서다. 이마저도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조사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폭력 목격자 진술서도 종적 감춰

해당 학교가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교육청에 따르면 피해학생 학부모는 학교폭력이 발생한 지 나흘만인 지난 4월 24일 학교폭력신고센터(117)로 신고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5월 12일에야 교육청에 보고했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을 인지한 지 24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기구는 그 이후인 5월 15일 구성됐다.

가해학생 징계와 학생 분쟁을 조정하는 학폭위 구성·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의 학폭위 규정에는 학부모위원 4명, 교원위원 2명(위원장인 교감 포함), 학교전담경찰관 1명 등 7명으로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숭의초는 학폭위를 개최하면서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임명한 뒤 전담경찰관을 학폭위 심의에서 배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생활지도부장으로 하여금 전담기구 교사, 학폭위 위원과 간사를 모두 겸하도록 해 사안 처리의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전담경찰관 학폭위원서 배제시켜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장은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으로 학부모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담당의사가 ‘피해학생의 장기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있었음에도 학교 측은 병원까지 찾아가 피해학생의 진술을 받았다. 평소에도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괴롭힌다는 사전 정보도 묵살했다. 사건이 발생한 수련회에서 이들이 같은 방에 배정된 이유다.

서울교육청은 숭의초 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의 해임을, 담임교사의 정직을 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생 진술서가 사라진 건과 학교폭력 조사 자료가 학부모에게 유출된 건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21조(비밀누설 금지)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 구성원들의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장학지도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안을 학교폭력에 대한 부적절한 처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배우 윤손하(42)씨의 아들과 모 재벌그룹 회장의 손자 등 서울숭의초 3학년생 4명이 지난 4월 이 학교 수련회에서 같은 반 학생 1명을 집단 구타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피해학생은 수련회에서 가해학생들이 자신을 담요로 덮은 뒤 야구방망이로 폭행했으며 물비누를 억지로 마시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피해학생은 근육세포가 손상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진단까지 받았지만 학폭위에서 가해학생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재벌 손자로 알려진 가해학생은 사과 권고 대상에서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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