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집값이 궁금하다고? '공급'만 제대로 봐라

금리 등 다른 변수보다 '공급'이 집값 좌우
공급 도외시한 어떠한 시장 전망도 무의미
주택 매도·매수 때 반드시 수요 대비 공급 살펴야
  • 등록 2019-01-18 오후 4:51:20

    수정 2019-01-18 오후 4:54:17

△주택 공급은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최근 우미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우미건설
[이데일리 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정부 정책, 금리, 인구 변동…. 부동산 가격(집값)을 오르고 내리게 하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공급’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주요 3개 도시의 아파트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이 기간 이들 도시의 주택시장은 완전히 따로 놀았다.

지난 2006~2007년 서울 집값은 들썩였는데 부산과 대구 주택시장은 꿈쩍도 안했다. 부산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던 2009년 서울과 대구 주택시장은 잠잠했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쏟아졌던 2012년부터 몇 년간은 대구만 집값이 올랐다. 이 조그만 땅덩어리 안에서도 집값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지역은 집값이 오르고 어디는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부동산 정책, 인구, 금리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부산과 대구는 전국 최고 수준의 인구 감소 도시이다. 그런데도 2010년 이후 집값이 꽤 많이 올랐다. 도시의 인구 증감과 집값 변동 사이에는 특별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다.

경제 여건과 금리 요인도 마찬가지다. 이들 변수는 도시별로 다른 게 아니라, 나라 전체의 변수다. 즉 경기 및 금리 변동과 별개로 어느 도시는 집값이 오르는데, 어떤 도시는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집값은 공급량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서울·부산·대구의 집값이 같은 기간 따로 움직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지역별 수요와 공급이다. 특히 공급이야말로 집값 변동을 일으키는 가장 핵심 요인이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원리다. 주택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따금 ‘배추 대란’이 발생한다. 여름철 이상기후로 배추 생산량이 줄면 김장철에 배추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어떤 재화의 공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그 재화에 대한 수요가 같이 줄어들면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치는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사지 않아도 되는 성질의 재화가 아니다.

배추를 대신할 만한 대체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으니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 가격이 계속 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 번 오른 배춧값이 쉽게 꺾이지 않고 계속 오르는 이유는 추가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추는 가격이 뛴다고 해서 쉽게 공급하기 어려운 비탄력적 재화다. 오늘 씨를 뿌렸다고 내일 당장 수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배추 생산량이 부족한 해에는 어김없이 ‘금(金)배추 파동’이 일어난다.

주택도 배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지역과 도시를 막론하고 매년 신규 주택 수요가 생긴다. 결혼 또는 이혼, 분가 등의 이유로 가구 수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낡고 오래된 주택의 멸실도 계속 진행되고, 소득 상승으로 새 집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신규 주택 수요는 어느 지역, 어느 시기에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본 수요다.

수요 창출로 집값이 올라도 주택을 추가 완성하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집을 지을 땅을 찾아야 하고 공사기간도 꽤 길다. 게다가 주택은 공급 측면에서 배추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배추는 90일이면 재배가 기능하지만 아파트는 짓는 데만 최소한 2~3년이 필요하다. 공급이 달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몇 년씩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택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은 ‘들쑥날쑥’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배추 소비량이 어느 정도 일정하듯 해마다 발생하는 신규 주택 수요도 지역별로 일정한 편이다. 대체적으로 해당 지역의 인구에 비례한다. 결혼, 이혼, 분가, 주택 멸실 등 신규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거의 인구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 수요는 어느 정도 될까. 주택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리는 앞으로 매년 40만채 가량의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 총 인구의 0.8% 수준이다. 그래야 가구 증가나 멸실 주택, 새 집 선호로 인한 신규 주택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은 해마다 7만~8만채(0.7~0.8%)의 새 집이 지어져야 한다. 그래야 신규 주택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새 집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일정한 반면, 공급은 일정하지 않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나 정부 정책,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공급이 늘었다가 줄었다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역·시기별로 집값 변동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다.

지역별 인구에 비례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이 부족할수록(또는 충분할수록), 그 부족한(또는 충분한) 기간이 오래 누적될수록 집값 상승폭(하락폭)이 커진다. 배춧값이 올라도 공급을 바로 늘릴 수 없는 것처럼 집도 값이 뛴다 해서 바로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도 들쑥날쑥이다. 주택 경기가 좋으면 공급이 늘다가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거나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으면 공급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기고, 이것이 집값 변동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주택 공급 부족(또는 충분)으로 인해 집값이 오를(또는 내릴) 때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이 사이클을 일으키는 최대 동력은 단연 공급이다. 집값이 내릴 때는 집을 짓지 않고, 집값이 오를 때는 너무 많이 짓기 때문에 수급(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주택 가격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 정부 정책,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공급’이라는 요소 하나만으로 집값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급이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급을 도외시한 어떠한 시장 전망도 무의미하다. 집을 살 때인지 팔 때인지 판단할 때는 반드시 공급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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