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카카오 호출앱 지우는 택시 기사들

  • 등록 2018-12-13 오후 2:52:32

    수정 2018-12-13 오후 2:52:3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카카오 앱은 삭제하라는 통보가 있었어요. 대신 티맵 깔라고. 손님도 티맵 쓰세요.”

13일 오전 출근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개인택시 운송조합에서도 지침이 내려왔다”며 “몇 차 혁명인가 한다고, 카카오 하나 살리자고, 택시 기사들을 다 죽게 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운전대 앞에는 카카오T 호출 앱이 켜져 있었지만 “곧 삭제할 예정이다. 티맵 택시를 깔 것”이라고도 했다.

전국택시노조·전국민주택시노조·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카카오T 택시호출 앱 삭제 및 호출 거부 운동에 돌입했다.

카카오T 호출앱이나 티맵 택시는 손님이 택시를 부르면 근처 택시가 오는 똑같은 기능을 한다. 하지만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든 이유로 카카오만 비판받는다. 티맵 택시를 서비스하는 SK텔레콤은 현재로선 카풀을 할 계획이 없다.

카카오는 택시기사 최모 씨가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하자 “깊은 애도를 표한다.카풀 일정을 정부, 국회, 택시업계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택시 업계는 20일 국회에서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뭘까.

아침에 만난 택시 기사는 “서울시내만 해도 택시가 2만 대 과잉이어서 노는 차가 많다. 지금도 최악인데 카풀을 하면 20~30% 정도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녁에 집에 갈 때 택시를 잡기 어려운데 노는 차가 많다니요’, ‘돈을 좀 더 줘도 택시를 빨리 타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요’라고 대화를 이어가자, “손님들로선 그리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 대책 없이 밀어붙이니 분신사태까지 온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IT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택시의 공차률은 37% 정도 된다. 승객이 몰리는 장소나 시간대에는 택시를 잡기 어렵고, 빈차로 손님을 찾는 택시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미리 어느 시간, 어느 지역에서 택시 호출이 많을지 알아내는 수요예측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게 완료되면 기사들의 수익은 늘어날 것이고, 고객들도 택시 잡기 편해질 것이다.

거래 기록을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이 택시에 접목되면 택시회사에 고용돼 사납금을 내지 않아도 기사들이 직접 고객과 1대 1로 만나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에게 ‘이런 일들이 기술로 되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카카오는 그런 정보를 주지 않을 것이다. 돈에만 관심 있어서”라고 시큰둥했다.

AI 같은 신기술로 어떤 일자리는 줄어들 게 분명하다. 하지만, 신기술로 다른 일자리가 만들어지거나 기존 서비스의 비효율성이나 높은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활용하는게 낫지 않을까. 낮은 자세로 더 많이 소통하는 IT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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