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극한직업과 버닝썬, 경찰에 거는 기대와 우려

  • 등록 2019-02-12 오전 11:41:51

    수정 2019-02-12 오전 11:41:51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현장에서 뛰는 형사들을 생각하니 자랑스럽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오후 일선 형사들과 함께 최근 흥행하고 있는 영화 ‘극한직업’을 관람한 뒤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민 청장은 이 자리에서 “이 영화가 흥행하면서 국민과 가족이 우리 경찰을 이해해 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이 영화가 주는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 이 영화는 1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관객들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특히 이 영화의 주인공 고반장을 비롯한 마약 전담팀이 퇴근도 하지 못하고 며칠씩 잠복을 하는 장면, 수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 등은 경찰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경찰의 희생 때문에 우리가 편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장르의 영화가 펼쳐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버닝썬 클럽’에서 발생한 폭행사건과 관련한 의혹은 경찰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폭행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인 클럽 측을 옹호하는 듯한 경찰에 태도에 유착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 강남권 경찰 11명이 성매매 혹은 유흥업소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이 적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의심은 더해졌다. 경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수사팀까지 꾸렸지만, 대중의 차가운 반응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모양새다.

경찰은 올해 수사구조 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현재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러 절차상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이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믿을 수 없다`며 경찰이 수사권을 모두 맡게 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이 버닝썬 관련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내는 것은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과연 극한직업의 ‘고반장’처럼 믿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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