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첫 인공강우 실험…R&D투자로 40%불과한 성공확률 높인다

환경부·기상청, 올들어 첫 인공강우 중간결과 발표
구름-강수입자 경계 0.1㎜…육안관측 강수량 ‘0㎜’
`경기 서해상→전남 영광 북서쪽` 최종장소 옮긴 탓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 중…내달 종합결과 발표
  • 등록 2019-01-28 오전 11:44:19

    수정 2019-01-28 오전 11:57:48

지난 25일 올 들어 처음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기상항공기 1호인 ‘킹에어 350’이 요오드화은 살포 지점인 전남 영광 북서쪽 110㎞ 해상으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난 25일 올 들어 처음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은 육안 관측 강수량이 0㎜로 공식 집계됐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고사하고 인공강우 실험 자체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성공률은 약 40% 정도다. 5번 가운데 2번 비를 내리는 데 성공한다는 얘기다. 올해 총 15차례 인공강우 실험이 예정돼 있으니 이 가운데 6번만 실제 강우에 성공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실험 결과는 아쉽지만 인공강우라는 다소 생소한 과학적 테마에 전 국민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한 만큼 다음 실험을 기약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8일 환경부와 기상청은 인공강우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바일 관측차량에서는 약한 안개비가 관측됐으나 지상 정규관측망과 기상선박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상항공기로 인공강우 물질 살포 지점의 풍하측 상공 구름 약 1.4㎞를 관측한 결과, 실험 전·후 구름입자 크기가 증가했으나 일반적으로 구름입자와 강수입자 경계가 0.1㎜로 알려져 있어 강수입자 크기의 특성을 상세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 기관은 전남 영광군 가마미해안에서 실험 당일 3차 고층관측 직전인 12시50분께 약 2분 동안 약한 안개비 형태의 강수가 육안으로 관측되는 등 구름입자 변화 및 약한 안개비가 육안으로 목격돼 인공강우에는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추가 정밀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자료=기상청)


◇ 韓 기술수준 선진국의 74%…미국과 6.8년 격차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구름 및 기상조건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구름물리 관측·분석·검증 등 인공강우 실험·검증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하는 기초연구 단계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과 비교할 때 기술 수준은 73.8%, 기술격차는 6.8년 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합동 실험에는 △2017년 말 도입된 국내 기상항공기 △기상선박 △모바일 이동관측차량 △도시대기측정망 △지상 기상관측망 등 기상장비와 환경장비가 다양하게 활용됐다. 김윤재 국립기상과학원 지구시스템연구과장은 “풍상측·풍하측 더 먼 곳까지 입체적으로 관측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며 “이처럼 대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제영역이 있어 공군의 협조를 구하고 민항기 항로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험 당일 일기예보에서 전국이 대체로 구름 없이 맑음인 관계로 구름에 요오드화은 등 비의 씨앗을 기상항공기로 살포하는 실험 특성상 기상 조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분석된다. 당초 실험장소인 경기 서해상에서 전남 영광 북서쪽 110㎞ 해상으로 최종 위치를 선정해 장소를 옮겨 실험한 것도 기상 조건을 감안한 조치였던 것으로 해석되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영향 시 고기압으로 인해 기상 조건이 인공강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기술적 한계로 시간당 0.1~1㎜ 수준에 머무는 강수 증가도 적은데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적어도 시간당 1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공강우에 관한 현(現) 기술력은 선진국도 시간당 0.1~1㎜ 강수증가 효과를 내는 실정이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은 국립기상과학원과 함께 경기지역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현재 기술로 현장에서 미세먼지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통해 강한 강우를 실현, 미세먼지를 씻어내겠다는 아이디어는 의미 있다고 평가된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술 축적을 위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 번을 위해서 실험 결과가 좋으면 행운이겠지만 모든 과학자들의 실험은 수십 번 해서 최적을 찾는 것”이라며 “인공강우 실험은 비가 올 수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하고 그 결과를 통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미세먼지를 씻길 수 있을 지까지도 본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성공 여부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실험을 해서 좋은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지난 2017년 말 도입된 기상항공기 1호인 ‘킹에어 350’ 내부 모습. (사진=기상청)


◇ “인공강우, 국가 핵심기술로 발전시킨다”

국내 인공강우의 경우 1발에 약 30만원으로 한번 실험에 24발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72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이미 도입돼 있는 기상항공기를 활용하므로 인공강우 실험 수행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구름 씨앗(연소탄)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대형 기상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은 인공강우 실험 시 1000여발의 요오드화은을 뿌렸는데 우리는 고작 24발밖에 못 쐈다는 비판이 있는 배경엔 기상항공기의 엄연한 체급 차이가 존재한다. 이상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보유하고 있는 기상항공기를 최대한 활용해 기술개발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된다”면서 “다양한 실험을 사전에 지상에서 검증할 수 있는 ‘구름물리실험챔버’의 구축과 국내 환경에 적합한 인공강우 수치예측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앞으로 인공강우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실용기술 확보에 나선다. 인공강우 성공률과 증수량 확보를 위한 구름물리실험챔버 구축 및 활용연구 확대를 추진한다. 구름물리실험챔버는 미국·러시아·중국 등 인공강우 선진국에서 지상에 구름내부 조건의 실험실을 만들어 다양한 인공강우실험을 수행하는 장치다.

아울러 미국·중국·러시아 등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우리 환경에 적합한 인공강우 항공실험 기술 및 검증 개발에도 착수한다. 미세먼지 대응 관련 부처 협업도 늘리고 미세먼지 사례 시 대기 상층 기상조건 분석 및 기상항공기를 활용한 해상의 구름관측·특성분석을 시행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예측일 대상으로 합동 인공강우 실험도 병행한다. 또 강수량 증가를 위한 인공강우 물질 개발 연구와 함께 전문인력 훈련 및 국제적 기술교류를 통해 인공강우 전문가를 양성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상환경에 최적화된 인공강우 실험기술 개발로 인공강우 효율성이 향상되고 실용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청은 기상항공기·기상레이더·기상위성 관측 자료를 통한 구름발달 분석결과를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기상선박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관측 자료와 인근지역에 설치된 도시대기측정망 관측자료 분석결과도 발표하고 향후 인공강우 실험 및 미세먼지 합동관측 추진에 대한 계획도 포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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