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미국, 러시아, 인도, 싱가포르, 북한, 프랑스, 이탈리아, 바티칸시국, 벨기에, 덴마크, 파푸아뉴기니, 체코,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을 방문했다.
주요 4강 정상과도 빠짐 없이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세차례씩 만났고, 리커창 중국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두차례 정상회담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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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 대통령의 숨가쁜 정상 외교의 중심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과제가 있었다. 실제로 북핵 협상의 진전은 올해 한국 외교가 이뤄낸 가장 큰 성과이면서 또 그림자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을 위한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북미간 협상이 꼬일 때 중재자로 나서며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는 역할을 했다. 북한의 잇딴 도발과 이에 대한 대북 제재 강화로 대화는 없고 긴장감만 높아지던 이전 정부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등 기회를 잘 포착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렵게 협상 국면을 마련해 남북미간 대화를 잘 살려 나갔다”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될 뻔 하거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평양 방문 이후 ‘빈 손 방북’ 논란으로 북미 회담 동력이 떨어질 뻔 했을 때도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것은 인정할 만한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핵 외교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 외교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올해 정부의 가장 큰 성과는 2017년의 갈등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한 것”이라면서도 “북한에만 몰두하다 보니 외교 이니셔티브가 안 보였다. 4강 외교를 넘어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속에 더 갇히는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4강 외교·다변화 내년에 본격 시험대에
내년이 문재인정부 외교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은 기존 4강 외교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면서 새로운 분야로 지평을 확대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미중간 갈등과 경쟁은 표면상으로는 안정화 된 듯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미 관계가 외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북핵 문제와 경제 분야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대일 외교에 있어서도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협력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신북방·신남방 정책도 올해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구체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국 구호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박인휘 교수는 “동남아와 인도, 유럽으로 외교 다변화를 꾀하는 문제 의식은 높이 평가하지만 실질적인 외교 콘텐츠로 연결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경제 외교 측면에서도 정부에서 청사진을 내놓은 신북방·신남방 외교 정책을 구체화 시켜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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