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무방비' 고시원이 위험하다…화재사고 해마다 50건 발생

종로 고시원 화재…최근 5년간 고시원 화재 252건
법 개정 이전 지어져 스프링클러 없는 곳도
전문가 "불연성 재질 건축에 화재 설비 설치해야"
  • 등록 2018-11-09 오전 11:58:58

    수정 2018-11-09 오후 12:01:10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해영 황현규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A고시원. 이곳은 이날 새벽 7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1명의 부상자를 낸 국일 고시원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이다. 이 고시원은 두 사람 정도가 다닐 수 있는 출입구도 모자라 출입구 절반 정도가 분리수거함 등에 막혀 있었다. ‘안전에 이상이 없느냐’는 질문에 A고시원 관계자는 “통행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시 고시원 화재…5년 동안 전국서 252건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고시원 건물이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가운데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앞서 10년 전인 2008년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당시 화재는 고시원에 거주하던 남성의 방화가 원인이었다. 지난해 부산 진구에서 발생한 고시원 실화(실수로 발생한 불)로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고시원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는 좁은 방들이 밀집해있는 특유의 건물 구조가 꼽힌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국일 고시원도 건물 2~3층이 전형적인 ‘미로형’ 구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시원에는 2층에 24개실, 3층에 29개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신고자와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출입구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입구가 사실상 막히며 피해가 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재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없어…“불안감 속에 산다”

2014년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는 고시원에는 소방시설의 하나인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비상벨과 자동경보설비 등이 있었다”며 “화재 당시 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잇따른 고시원 화재에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들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국일 고시원 2층에 거주했다는 정모씨는 “새벽 5시쯤 2층에 있는 사람이 ‘불이야’하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까 타는 냄새가 나서 황급히 빠져나왔다”며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가 화재에 취약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고시원에서 1년간 생활했다는 황모(27)씨도 “고시원 통로는 성인 남자인 내가 양팔을 뻗기도 힘들 만큼 좁았다”며 “불이 났을 때 그 좁은 통로로 사람들이 대피할 생각을 하면 현실적으로 안전한 대피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건축 단계부터 화재 위험을 고려해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건물을 짓고 자동 화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며 “2014년 개정한 특별법의 소급적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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