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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도시의 문화·역사를 죽이는 서울시, 도시재생 중구의 기만적 행정을 규탄한다!”
청계천·을지로 상인들과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청에서 서울시와 중구의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규탄집회를 열고 약 2만1000명이 참여한 재개발 반대 서명 및 성명서를 중구청에 전달했다. 보존연대는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다시세운’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벌였지만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다른 지역들은 전면 재개발 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서울시의 도시재생 가치를 믿고 참여한 메이커(제조업자), 예술가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서울시는 메이커들의 고향을 없애면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보존하겠다고 하고 중구청은 기술문화예술을 일궈낸 산 증인들을 쫓아내면서 예술창작자, 기획자들과 ‘중구청&거버넌스 중구 문화르네상스’사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도시의 문화를 철거하고 한 편으로는 예술을 이용하는 기만적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25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강문원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 기초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어온 청계천 소상공인들은 지난 70여년 동안 청계천에 뿌리 내리며 공구 메카로 자리잡고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이런 청계천이 도시 슬럼화라는 미명 아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재검토 소식에 깊이 감사드리는 반면 정말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믿기가 힘들다”며 “박원순 시장은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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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 후 상인들이 천막농성 중인 관수교 인근으로 이동해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합류했다.
송치영 백년가게 수호 국민운동본부 준비위원장은 “현재 위기에 놓여 있는 백년을 지향하는 장수 가게들이 많다”며 “정부의 재래시장 육성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기존지원책과는 다르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범식에 참여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4차산업 혁명이라고해서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다”라며 “이런 점에서 청계천과 을지로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곳으로 역사적·산업경쟁력·생존권 측면에서도 청계천·을지로의 재개발 일괄로 밀어붙이는 철거방식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보존연대를 비롯한 청계천 상인들은 서울 시청으로 이동해 중구청에 전달한 재개발 반대 서명 및 성명서를 마찬가지로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서울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을지면옥을 비롯한 이 지역 노포(老鋪)들과 공구상들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일자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