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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논란을 비롯한 일련의 미투(Me too) 운동을 두고 정신의학과 교수들은 이같은 진단을 내렸다. 정신의학과 교수들은 “(최근 미투 폭로는) 내가 입은 손해·불이익보다 상대방이 입는 처벌로부터 오는 변화가 더 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석정호 강남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6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가해자의 착각’을 지적했다. 석 교수는 “반복적으로 성폭행이 이뤄졌다면 피해자도 언어·비언어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분명히 했었을 것”이라며 “이와 반대로 가해자는 그 기억을 긍정적인 추억으로 머리 속에 저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미투 폭로 중 특이할 만한 점은 안 전 지사의 행태다. 그는 폭로가 일어나기 약 5시간 전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는 강연을 펼쳤다. 석 교수는 “정치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서 속 마음이나 의도와는 정반대 욕구를 지닌 ‘심리적 미성숙’ 상태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안 전 지사가 과연 그와 같은 강연을 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투 운동을 보면 위계에 의한 성폭행 이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함께 사회생활을 지속했다. 이에 대해 석 교수는 “무서웠다면 아예 회피를 했을 것”이라면서 “복수할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기 때문에 업무상 마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이연정 교수는 폭로 이후 우리 사회가 갖춰나가야 할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감성적으로 대응하면 자칫하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가적으로 또 각 조직적으로 제도적인 보호나 규칙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