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회 담장 파손부터 경찰 폭행까지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집회 수위가 점점 격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과도한 집회 대응을 자제하도록 하는 기조를 틈타 민주노총이 과격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담장 무너뜨리고 경찰 폭행한 민주노총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다소 과열된 양상을 띠던 이 집회는 조합원들이 폴리스라인(경찰통제선)을 넘어서 건물 입구에 있던 경찰관을 끌어내면서 폭력적인 집회로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경찰을 폭행하고 방패를 빼앗았고 약 20명의 경찰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들 조합원 중 일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과격 시위에 대해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지 폭력시위로 변질되거나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가 돼서는 안된다”며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강력·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적 집회 대응에 중점 둔 文 정부, 빈틈 노린 민주노총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근 민주노총과 같은 과격 시위를 막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한다. 촛불집회 이후 집회 문화가 변하면서 경찰의 집회 관련 지침 또한 평화 기조로 바뀌어 적극적인 대응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이러한 허점을 민주노총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은 문재인 정권 초기인 지난 2017년 11월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사항 등을 반영한 집회 대응 지침을 새롭게 마련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해당 지침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의 사소한 불법에 대해서도 예방적·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 경찰과의 충돌을 야기한다고 판단, 평화적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그 행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문제는 평화적 집회시위의 개념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집회시위 참가자의 사소한 절차적 하자나 일탈로 일시적 불편 등을 초래하는 행위는 평화 집회시위의 개념으로 판단한다. 또한 일반 국민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발생하기 이전까지의 단계까지는 평화 집회시위로 간주, 이에 대한 예방적·선제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사소한`이나 `명백한` 등 개념 자체가 현장에서 판단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경찰청은 현재 기조는 유지하면서 반복되는 폭력 집회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을 하되 불법 폭력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을 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불법 폭력이 반복된다고 하면 적절하게 체포 등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