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폭 피해자 2세대로 장애·가난 대물림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
2000여명 70대 이상 고령자…사회적 낙인 우려 ‘꽁꽁’
  • 등록 2019-04-25 오후 12:34:25

    수정 2019-04-25 오후 12:34:25

원자폭탄 투하 후 버섯구름 이미지(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인해 피해를 본 한국인 원폭 피해자 1세대의 가난과 장애가 2세대로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회적 차별 우려에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다. 또 일부는 피폭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열린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7년 시행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처음 이뤄졌다.

원자폭탄 피해자는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때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지역 거주자 △투하된 때 2주 이내 투하 중심지역 3.5㎞ 이내 거주자 △당시 구호 종사자 △당시 임신 중인 태아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대한적십자사에 원자폭탄 피해자로 등록돼 정부로부터 진료비 또는 진료보조비를 지원받고 있다.

한국인 피해자 규모는 1972년 조사 당시 약 7만명으로 추정됐다. 이 중 4만명이 당시 피폭으로 목숨을 잃고 생존자 중 2만3000명만 귀국했다. 현재 적십자사에 등록된 생존자는 2283명이다. 연령별로는 △70대 62.8% △80대 33.3% △90대 3.9% △100세 이상 0.1% 등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1358명(59.5%)으로 남성(925명, 40.5%)보다 433명 더 많았다.

이들의 68.2%는 △경남 725명(31.8%) △부산 504명(22.1%) △대구 326명(14.3%) 등에 살았다. 이 외에도 서울(9.4%)과 경기(8.1%) 인천(1.8%) 등에도 거주했다.

조사단이 건강보험진료비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를 포함한 등록 피해자 3832명의 암, 희귀난치성질환 등의 유병률이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피해자의 입원 이용률은 34.8%로 70세 이상 평균 입원이용률(31%)을 웃돌았다. 의료비 본인부담 수준도 2017년 평균 124만원으로 70세 이상 평균 본인부담금(110만원)보다 14만원 더 많았다.

피해 1세대 10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에서 23%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36%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9000원이었다. 2세대 105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에서도 8.6%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9.5%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는 우리나라 35~74세 일반인의 장애인구 비율이 5.9%, 전체 인구 대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3.5%이라는 점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원폭피해자의 가난과 장애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자 10명 중 1명(1세대 11%, 2세대 9.5%)은 피폭과 관련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적이 있었다. 특히 피폭의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같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피폭 영향의 유전 가능성에 대한 정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올해 중 피해자 2세의 건강상태 및 의료 이용 실태 등에 대해 후속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보다 정교한 건강 실태조사의 정기적 실시, 피폭의 건강 영향 등에 관한 시계열 분석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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