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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선사와 조선소를 연결해주는 선박브로커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영업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조선업 한 고위 관계자는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지는 경영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동안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던 선주들의 마음이 돌아설 가능성도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성립 사장의 사의 표명도 악재다. 정 사장은 업계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의 국제적 수주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수 작업이 늦어질수록 대우조선에 악영향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인수 작업이 마무리 되려면 빨라도 9개월, 1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중장기적 사업전략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외에도 독과점 논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사 갈등과 헐값 매각 시비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 2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지난해 전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에 이른다”며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기준으로 따지면 독과점 심사를 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일본보다 문제는 EU”라면서 “두 회사가 통합하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선주들이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독과점 위반 요소로 판단하고 국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극 실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메이저 선주사들은 유럽과 중동 북미지역에 흩어져 있어 이들을 한데 모아 합병 승인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30개국 이상을 돌며 각개전투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경쟁 당국 승인이 완료되면 조선 통합 법인 주주 배정 유상증자, 산은 보유 대우조선해양 주식 현물출자, 조선 통합 법인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이번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경영 상황을 어느정도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인수작업이 최종적으로 엎어지더라도 ‘잃을 것 없는 거래’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에선 서두르지 않고 인수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