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사우디 공격한 '정체불명' 드론…화약고 터지나

사우디 원유시설에 폭탄 드론이 공격
사우디 발표 전에 이란 국영언론이 최초 보도
美·사우디, '이란 배후' 의심…이란 "우린 아니다"
트럼프 "이란, 무슨짓 하든 고통받을 것"…긴장감 고조
국제유가,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1%대 상승
  • 등록 2019-05-15 오전 11:54:10

    수정 2019-05-15 오전 11:54:10

폭발물을 싣고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펌프장을 공격한 정체불명의 드론.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 2곳이 14일(현지시간) 정체불명의 무인정찰비행기(드론)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불과 이틀 전 사우디 유조선 2척이 해상에서 피습을 당한 뒤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주목된다.

가뜩이나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에 대한 잇따른 공격으로 중동의 화약고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폭탄 드론이 원유시설 테러”…이란 언론 최초보도에 주목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소유한 석유 펌프장 2곳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 펌프장은 사우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서부 홍해 연안 항구까지 운송하는 1200km짜리 파이프라인과 연결돼 있다. 파이프라인 끝에 위치한 얀부항과 인근 항구에선 하루 평균 10만배럴, 50만배럴의 원유를 각각 수출하고 있다.

알팔리 장관은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고, 펌프장 1곳만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공격 피해 상황을 살피기 위해 현재 파이프라인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알팔리 장관은 성명 발표와 함께 “우리는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세계 원유 공급에 대한 테러”라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이란의 국영 방송이 자신들의 성명이 나오기도 전에 드론 공격 사실을 보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사우디 유조선 피습 사건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송국은 사실상 이란 정부의 대서방권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나 다름없어 사우디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작위적인 공격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공격이라는 게 사우디 정부의 분석이다.

예멘 후티 반군은 “드론 7대를 동원한 공격이 성공했다”면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예멘에서는 2014년부터 내전이 발발,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족 시아파 반군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3월 사우디가 이끄는 수니파 동맹군이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란과 예멘에서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후티 반군 측은 트위터와 자신들을 지지하는 알마시라 TV를 등을 통해 “사우디 주요 시설에 대한 공격은 사우디의 계속되는 범죄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작년 7월에도 드론으로 아람코 정유시설을 공격한 적이 있다. 또 2017년 12월에는 UAE 아부다비 바카라 지역에서 한국전력이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 (사진=AFP)


◇美우방 사우디에 잇따른 공격…“이란이 배후” Vs “우린 무관”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미국은 이틀 전 UAE 연안 해역에서 사우디 선박 2척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은 것과 관련,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보고 있다.

CNN은 사우디 유조선 피습 사건이 미국이 중동 지역에 군사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후 대(對)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최근에는 이란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며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 폭격기들을 중동에 속속 배치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란이 배후로 잠정 지목되고 있지만,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 유조선 피격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해상 운송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안정 및 안보를 해치는, 불손한 의도를 가진 음모나 외부세력의 모함에 강력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하미드 바에이디네저드 주영국 이란 대사도 “이란은 이(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어떠한 행위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늘리는 가운데 발생해 의심을 받고 있지만 오판이다. 이란과는 무관하다. 이란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란 내부에선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음해 시도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란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연관성이 확인되면 미국이 추가 제재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잇따른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의심하는 듯한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그들이 무슨 짓을 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다. 무슨 짓을 하든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도발하면 군사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동에 최대 12만명의 병력을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 “가짜 뉴스”라며 “만약 그런 계획을 검토한다면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오름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2%(0.74달러) 상승한 61.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1.01달러(1.4%) 오른 71.24달러에 거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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