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벗은 '빨갱이' 오명…法, 제주 4·3수형인 재심 '공소기각'

"과거 군법회의, 절차상 하자…공소제기 '무효'"
재판 불법성 인정한 사실상 '무죄' 선고
  • 등록 2019-01-17 오후 4:34:41

    수정 2019-01-17 오후 4:34:41

1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심리로 열린 제주 4·3 재심 사건 재판에서 생존 수형인들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끝난 후 임재성(39) 변호사에게 꽃다발을 건네받은 한 재심 청구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제주 4·3 사건 당시 폭도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사건 재판에서 법원이 과거 군법회의에서 제기된 공소를 기각했다. 사실상 무죄 판결로 제주 4·3 사건 수형인들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이다.

제주지방법원 형사합의2부(재판장 제갈창)는 17일 정기성(97)씨 등 4·3사건 수형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군법회의 재심 청구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했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적 소송 조건이 결여된 경우 재판부가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검찰이 제기한 공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여겨 심리하지 않고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과거 군법회의가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과거 군법회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재판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어떤 범죄로 재판을 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제주도에 소개령이 내려진 시기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단기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군법회의에 넘겨 기소장 전달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제주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불법이며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힌 수형인들에 대한 무죄를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제주 4·3 사건은 해방 이후인 1948년 4월부터 1954년 9월까지 이념 간 대립으로 약 7년 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3만여명이 무참히 살해됐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정씨 등 청구인들은 제주 4·3 사건이 진행 중이던 1948년 가을부터 이듬해 7월 사이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도내 수용시설에 강제로 구금됐다. 이들은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서 주로 내란죄나 간첩죄 혐의 등을 받아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육지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돼 수형인 신분으로 모진 고문을 버텨가며 수감 생활을 했다. 수형인 명부에는 총 2530명이 기록돼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옥사하거나 총살당하는 등 행방불명됐지만, 정씨 등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70여년 만인 지난 2017년 4월19일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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