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한 역학조사에 격리자 급증
1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메르스 격리자는 5586명으로 전날보다 370명이 늘었다. 메르스 추가 감염자도 4명이 늘면서 총 환자수는 154명으로 증가했다.
메르스 격리자들 급증하는 배경에는 부실한 역학조사가 한몫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비정규직 응급 환자 이송요원으로 일하다 감염된 137번 환자(남·55)가 대표적이다. 이 환자는 ‘슈퍼전파자’ 14번 환자(남·35)에 노출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뒤 지난 2~10일까지 9일간 수백명의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에 대한 격리는커녕 14번 환자와의 접촉 여부도 파악하지 못했다.
보건당국이 제역할을 못하자 지자체들이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자체적으로 실시한 서울삼성병원 역학조사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정규직원 2944명 중 2183명의 명단을 먼저 확보해 1744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이 중 73명이 발열 및 기침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확진됐지만 응급실 이외 장소를 오간 사실은 외래 환자가 잇따라 추가된 지난 11일이 돼서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62번 환자는 6일 확진됐지만 보건당국은 15일에서야 의사 신분임을 확인하고 이 환자의 동선을 밝혔다.
특히 이날 추가된 메르스 확자 4명 중 3명(151번·152번·154번 환자)는 확진 전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아예 빠져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될때마다 보건당국은 “현재 후행적인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역학조사관 34명 중 32명이 공중보건의
이처럼 4차 감염에 이어 병원밖 감염까지 현실화 되면서 조사 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역학조사 인력은 말 그대로 ‘기근’이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중앙정부에서 30명, 각 시·도에서 20명씩 370명의 역학조사관을 둘 수 있지만, 현재 활동중인 역학조사 인력은 34명에 불과하다. 이 중 정식 공무원인 보건연구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32명은 공중보건의다. 공중보건의는 병역 대신 3년간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다.
공중보건의는 의사이기는 하지만 수련기간이 짧고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부족해 역학조사 업무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 지속성이 떨어진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현재 역학조사관 선발 체계는 마치 형사를 뽑아야 하는데 의경을 뽑아서 형사일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전문적인 역학조사관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역학조사관 인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예방의학학회 등의 협조를 얻어 추가로 시·도 역학조사관으로 72명, 중앙 즉각대응팀에 18명을 구성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