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전세계 번지는 보이콧…화웨이 질식사하나

英ARM·日파나소닉·獨인피니온 "화웨이와 거래 중지"
25% 이상 美부품·기술 쓴 기업들 美거래제한 따라야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출시 연기도 이어져
  • 등록 2019-05-23 오후 4:10:30

    수정 2019-05-23 오후 6:39:26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화웨이와 거래를 끊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거래제한 기업 조치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의 부품·기술 서비스를 25% 이상 사용하는 외국기업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반도체 설비회사 암(ARM)과 일본 파나소닉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화웨이 제품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화웨이 신형 제품 출시를 연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화웨이 매장.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국가와 일본 기업까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의 부품과 기술 등을 조달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조항이 미국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25% 이상 사용한 미국 외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추후 미국 제재 위반으로 판단되면 막대한 벌금 등을 맞을 수 있다. 이를 우려한 기업들이 자체 검토를 통해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촘촘히 얽혀있는 글로벌 부품망을 고려할 때, 화웨이 보이콧이 도미노처럼 파급될 경우 화웨이의 대응 여력 역시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ARM, 화웨이 반도체 ‘기린’ 핵심 기술 보유


23일 BBC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 홀딩스(ARM holdings)는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직원들에게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원천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설계를 하는 만큼 미국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RM은 2004년미국 반도체 설계회사 알티산 콤포넌츠를 인수해 해당 기술을 취득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회사로 스마트폰 프로세스 중추를 담당하는 ‘코어’(중앙처리장치) 설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가 제작하는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 ‘기린’ 역시 기판(아키텍처)은 ARM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고가 스마트폰에는 ARM의 그래픽코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는 ARM의 거래 중단 소식 이후 “유감스럽지만, 충분히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만약 화웨이가 더이상 ARM으로부터 라이센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화웨이는 ARM과 데이터센터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ARM이 더는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화웨이는 ARM의 라이센스를 대신할 새로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화웨이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연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구글이 더이상 안드로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미 자체 O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에 대항에 타이젠을 만들었지만 저조한 인기로 결국 개발을 중단했듯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한 훙멍을 탑재한 화웨이 스마트폰이 얼마만큼 경쟁력을 가질 지는 의문이다.

파나소닉 역시 화웨이에 납품하고 있는 스마트폰 부품 중에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지했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영업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독일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도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반도체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하지 않도록 했다. 다만 미국 제재 규정과 무관한 반도체 제품은 화웨이와 거래는 지속한다.

화웨이 보이콧 기업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갈 수도 있다. 자사 수출품 중 어느 것이 미국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의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부품 간의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아주는 MLCC는 스마트폰, TV 등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표면탄성파(SAW) 필터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무라타제작소, 교세라는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출시 연기 늘어나

화웨이 보이콧 기업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화웨이의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구글이 안드로이드 지원 중단을 계기로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하는 통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G메일 등 주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텐모바일 등 일본 이통사들은 모두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인 ‘P30’의 출시를 줄줄이 연기했다. 이달부터 5세대(5G) 서비스를 시작하는 영국 역시 화웨이 5G 제품출시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다만 5G 인프라 장비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한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할 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반(反) 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LG유플러스를 꼭 집어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LG유플러스는 5G 인프라 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미국이 5G 장비 보안 확보에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도 이러한 입장을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닛케이는 우리나라 KT도 화웨이 제품 판매 중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KT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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