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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페미니즘은 ‘남성혐오’가 아니라 여성이 오랫동안 억압받고 소외당했다는 걸 인정하고, 그런 상황을 바꾸려는 정의구현 운동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페미니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디치에는 19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국내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여성이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권리를 누리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모든 남녀가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디치에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다. 독재정권 치하의 나이지리아 사회,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중첩된 미국의 상황 등을 반영한 작품들을 써왔다. 그의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십대 소녀가 가부장제에 억압당하다 정신적으로 독립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유튜브 조회 수 550만이 넘는 테드(TED) 강연을 바탕으로 만든 책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이미 국내에도 ‘페미니즘 입문서’로 널리 읽히고 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는 아이를 성 평등하게 키우고 싶은 양육자를 위한 조언을 담아 인기를 모았다. 또한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숨통’ ‘아메리카나’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극찬을 받으며 영미권 문단에서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우나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만큼 공격도 많이 받는다. 자국에서는 ‘악마’로 불릴 만큼 비판도 적잖다. 그는 “나이지리아 사회에서는 내가 가정 파탄 주범, 많은 비행 소녀들이 생겨나고 많은 여성이 남자를 싫어하게 되는 주범이라고 비난받는다”면서 “하지만 내 발언은 성차별적 사고방식을 차단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미투와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아디치에는 “미투 운동은 성폭력과 관련한 여성들의 사연이 최초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며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성과 선택권을 넓히는 위대한 움직임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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