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0명'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 백지화해야"

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
18일 기자회견 통해 문체부 공개 비판
"블랙리스트 해결 의지 보이지 않아
사태 해결 위해 문재인 대통령 나서야"
  • 등록 2018-09-18 오후 1:52:52

    수정 2018-09-18 오후 1:52:52

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노조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블랙리스트 관여 공무원에 대해 ‘징계 0명’ 처분을 내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도 “문체부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서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노조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진상조사위 임기 종료 이후 어떠한 과정과 절차도 없이 언론을 통해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통보받았다”며 “진상조사위가 권고했던 책임규명 권고안과 너무나 먼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으로 지금 문화예술인은 또 다시 커다란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에서 블랙리스트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블랙리스트 범죄의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와 존중도 없다는 사실에 가장 크게 분노한다”며 “무책임하게 던져진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이행계획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일방적 발표에 ‘분노’

앞서 문체부는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책임규명 권고안을 바탕으로 권고안에 포함된 문체부 공무원 68명 중 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12명에 대해 법적 징계가 아닌 ‘주의’ 조치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진상조사위가 지난 6월 말 권고한 책임규명 권고안은 문체부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을 포함하는 총 131명(수사의뢰 권고 26명, 징계 권고 105명)으로 이보다 후퇴한 수치다.

전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문체부가 사전에 아무런 협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진상조사위 대변인을 맡았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정책연구소장은 “지난 6월 진상조사위가 마지막으로 의결상정한 책임규명 권고안은 11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려 200여 페이지에 달한다”며 “이 방대한 자료에 대한 결과가 문체부 공무원 12명에 대한 주의 조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문체부가 법리적 검토를 거쳐서 이 같은 책임규명 이행안을 마련했다면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가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책임규명 권고안 중 몇 명이 징계를 받고 이행률은 몇 퍼센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블랙리스트 범죄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고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문체부 스스로 어떤 노력과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었던 문화예술인에 대한 자세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및 백서 발간을 위해 문체부와 민간 합동으로 지난해 7월 출범해 11개월 간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해 총 9273개(단체 342개·개인 8931명, 중복 제외) 명단이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혀내고 131명에 대한 책임규명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진상조사위가 마련한 책임규명 권고안과 제도개선 권고안, 백서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문체부 내에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제도개선 이행협치추진단’을 마련하기로 진상조사위와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이행협치추진단에서는 제도개선과 백서 작성만 담당하고 책임규명 권고안에 대해서는 문체부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준비단’에서 담당하기로 해 논란이 불거졌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대변인을 맡았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연구소장(오른쪽)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노조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권고안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직접 사과해야”

문체부의 이번 책임규명 이행계획안이 진상조사위의 권고안보다 축소된 것은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하위급 공무원을 명단에서 제외하고 향후 소송 등의 이의 제기 우려를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소장은 “‘시켜서 했다’는 이유로 하위급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취임 당시 말한 ‘영혼 없는 공무원’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문체부가 소송 등 이의 제기를 두려워해 징계를 회피하는 것은 사법부를 참칭하는 것이고 헌법적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권력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에 대해 국민과 문화예술인에게 사과하고 향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적폐청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의 재수립과 ‘블랙리스트 사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청와대 앞 공론장’(가칭) 공동개최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이우성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김영산 기획조정실장, 강정원 예술정책과장 등 문체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전 민간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황성운 문체부 대변인은 “진상조사위는 순수 자문기구이며 최종적인 결정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문체부에서 결정해야 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렸다”며 “문화예술계나 진상조사위 민간위원 입장에서는 수사의뢰 및 징계 처분 대상자가 적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문체부로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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