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야근·채식주의자에 육식 강요”..IT업계에 만연한 제2의 ‘양진호'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피해사례 증언
롯데하이마트 갑질 피해자 등 직접 나서
"손해배상 청구로 역부족..제도개선 필요"
  • 등록 2018-11-13 오후 1:59:10

    수정 2018-11-13 오후 1:59:10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롯데하이마트 IT관리자로 근무를 하던 중 내부 직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폭언을 당했습니다. 결국 2017년 5월 강제로 사직당했습니다. 그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내가 니 X구멍까지 핥아줘야 하냐 이 X새끼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롯데하이마트 폭행 피해자 양도수 씨 증언)

“동생에게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습니다. 주말에도 반강제로 회사에서 실시하는 수능이벤트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또 채식주의자인 동생에게 육식을 강요했습니다.” (故장민순 씨의 언니 장향미 씨의 증언)

IT업계에 장시간 노동은 물론 각종 폭언·폭행 등이 만연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진호 위디스크 전 회장이 비상식적인 갑질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IT업계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는 이같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증언대회를 주최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문을 통해서 간간히 들었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 놀랐다”며 “현장에서 이런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데 정부·정치권이 제때 응답하지 못해 개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실시한 ‘IT업계 노동실태조사’에 다르면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주40시간)을 지키는 응답자는 전체의 12.4%에 불과했다. 23.26%는 상사의 언어폭력을, 20.28%는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양 씨는 롯데하이마트 소속 직원으로부터 지속적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작년 2월부터 롯데하이마트 쇼핑몰 IT관리자로 근무하던 양 씨는 하이마트 소속 백현상 팀장·하준일 매니저로부터 온갖 폭언·폭행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상부에 압력을 가해 3개월 후인 2017년 5월 양 씨를 회사에서 내보냈다. 특히 백 팀장에 대해선 “2014년부터 협력업체 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증언했다.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장민순 씨의 언니 장향미 씨도 동생의 피해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장 씨는 ‘영단기’, ‘공단기’ 등 인터넷 강의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외부에서는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는 것이 장 씨의 증언이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을 한 주가 1년에 42주나 됐으며 주말 이벤트에도 강제 동원됐다. 또 퇴근하기 전 매일 반성문을 쓰기를 강요받았으며 채식주의자인 장 씨에게 고기를 먹으라는 상사의 압박도 지속됐다. 탈진과 번아웃 상태로 힘들어하던 장 씨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외 25세 웹디자이너 김현우 씨도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생활, 학업포기 등을 강요받은 사례를 발표했다. 또 부당한 이유로 대표에게 폭행당했다고도 증언했다.

다수의 피해사례에도 법 제도 미비로 피해자들이 보호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 소속 법률원 장재원·하태승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사내 규정은 드물다”며 “노동자가 취할 방법은 가해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만으로 노동자를 보호하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내 괴롭힘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특별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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