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靑청원→욕설영상→경찰 발표…이수역 사건의 재구성

여성 일행 온라인 커뮤니티 피해호소로 '일파만파'
가해자 처벌 청와대 청원 이틀만에 34만명 넘어서
지난 14일 오전 3시 40분쯤 주점에서 사건 발생
“남성이 발로 차 부상” 주장..CCTV 사각지대서 몸싸움
남성측 여성 욕설영상 공개..경찰 발표로 분위기 반전
  • 등록 2018-11-16 오후 4:12:45

    수정 2018-11-16 오후 4:54:18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 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4시 50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피묻은 옷을 입은 채 붕대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당사자의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이 글의 게시자는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의 주점에서 남자 네 명이 본인과 언니를 폭행했지만 자신들도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후 이 사건은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뭘 봐 ” 여성 2명 소란·신체접촉이 발단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3시 40분쯤 B(23)씨 등 여성 2명은 주점에서 술을 먹다 같은 주점에 있던 한 연인과 시비가 붙었다. B씨 등 여성 일행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자 연인이 이들을 쳐다봤고 여성 일행은 “뭘 보느냐”며 말다툼을 벌였다. 이에 여성 일행은 연인이 먼저 자신들을 보며 이유 없이 비웃어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손님이던 A(21)씨 등 4명의 남성 일행 중 일부도 이들의 말다툼에 개입하게 된다. 2차 시비로 번진 것이다. 남성 일행은 주점 업주를 통해 여성 일행을 조용히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주점 업주가 여성 일행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성 일행의 소란은 계속됐다.

시비가 말다툼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여성들과 먼저 시비가 붙었던 연인은 주점을 나갔지만 여성과 남성 일행의 말다툼은 점점 격해졌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초의 신체 접촉은 여성 측으로부터 나왔다. 여성 일행 중 1명이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던 남성 2명에게 “아직도 안 갔느냐”고 말하며 남성 일행의 테이블로 다가가 가방을 들고 있던 남성의 손을 친 것이다. 곧바로 이를 지켜보던 다른 남성이 이 여성의 모자챙을 쳤다. 이에 여성도 자신이 손을 쳤던 남성의 모자챙을 쳤다.

이후 여성과 남성 일행이 각자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서로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남성이 발로 차 부상” CCTV 사각지대서 몸싸움

양측의 실랑이가 계속되던 중 남성 일행이 주점을 나가려고 하자 여성 일행은 이를 제지하며 따라나갔다. 경찰은 주점 밖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서 이후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성 일행은 이 과정에서 남성이 일행 중 1명을 계단에서 발로 차 넘어뜨려 머리를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일행이 남성들의 폭행에 의해 다쳤다고 주장하며 올린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오전 4시 22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4분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됐다. 현장에는 여성 일행만 남은 상태였고 머리를 다친 여성 1명은 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곧이어 현장에 다시 돌아온 남성 일행 3명과 여성 1명을 지구대로 데려가 양측의 진술을 들었다. 하지만 양측의 진술이 엇갈려 추후 경찰 출석을 통해 자세한 조사를 하기로 하고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폭행 당했는데 피의자” 주장에 욕설영상 공개

사건 발생 약 12시간 후 논란에 불씨를 붙인 게시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게 된다. “도와주세요.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이었다.

글을 올린 여성은 “(남성 일행이) ‘말로만 듣던 메갈X 실제로 본다, 얼굴은 왜 그러냐’ 등의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며 “언니가 이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는 도중 한 남성이 언니를 발로 차면서 언니가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게시물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했고 ‘여성혐오’ 범죄 논란까지 번졌다.

아울러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며 하루 만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하게 된다. 사건 발생 이튿 날인 지난 15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이수역 폭행사건 페미니스트 욕설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된다. 전체가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 속에 등장한 두 여성은 술을 마시면서 상대편과 언쟁을 벌이며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몇 시간 후 ‘여성이 먼저 소란을 피우고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여성일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뀌었다.

15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사건 페미니스트 욕설 영상’(사진=유튜브 캡쳐)
경찰 “당사자 불러 추가조사해 진실 확인”

경찰은 주점 내 CCTV와 목격자 진술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직 입건된 당사자들이 출석하지 않아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CCTV에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양측의 혐오발언 등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연락이 안 됐던 여성들과 모두 연락이 닿았으며 남성들도 조만간 조사받겠다고 전해왔다”며 “당사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동영상 등을 CCTV와 비교분석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10시 기준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자가 34만 명을 넘어섰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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