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불통' 佛마크롱, '찻잔 속 태풍'으로 전락하나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마크롱, '권위적' 이미지로 추락
지지율 23%로 추락…프랑스 대통령 중 가장 인기없어
  • 등록 2018-12-11 오후 6:11:00

    수정 2018-12-12 오전 10:07:50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지지율 변화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개방과 통합이 폐쇄와 분열을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1년 반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새로운 엘리제 궁의 주인이 된 데 대한 주요 언론들의 평가였다. 당선 당시 만 39세였던 마크롱은 프랑스 역사상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지도자였다. 프랑스 총인구의 중간 나이(41세)보다도 젊었다.

젊은 피 마크롱은 대선 1년 전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라는 신당을 창당해 좌우 이념 정치 타파, 경제 개혁, 유럽연합(EU) 통합 강화 등을 공약하고 6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선출직 경험이 없는 정치 신예 마크롱이 공화당, 사회당 등 프랑스 기성 정당 후보들을 모두 제압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약속대로 ‘남녀 동수, 좌우 혼합’ 원칙에 기반해 각료진을 꾸리고 임기 초반부터 ‘EU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마크롱이 ‘대세’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컸다. ‘좌도 우도’ 아닌 제3의 길을 내세운 마크롱에게 변화를 기대한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 기성 양대 정당인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 공화당이 각종 부패에 연루되고 경제정책 실패가 반복되면서 ‘데가지즘(Degagisme)’ 열풍이 불었다. 데가지즘은 ‘다 갈아엎자’는 말로 기존 체제의 청산을 뜻한다. 프랑스 경제 상황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대선 전인 2016년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1.1%에 그쳤다. 실업률은 10%에 달했다. 유럽연합(EU) 평균(8%)을 2%포인트 웃도는 실업률이다.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8%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15%)의 두 배를 넘었다.

이렇게 뜨거운 지지 속에 ‘혜성’처럼 나타난 마크롱이 당선된 지 2년도 못돼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추락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Les Echos)가 지난 6일 집계한 마크롱의 지지율은 23%로 전월대비 4%포인트나 떨어졌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취임 15개월 기준 지지율 3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은 당선 1년도 채 되지 않아 ‘통치 스타일이 권위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1세기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그가 실제로 신(新) 보나파르트주의(나폴레옹식 독재정치)를 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평가하기도 했다. 마크롱 집권 후 경제 성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 1월 기준 프랑스 기업들의 인수합병(M&A)규모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재정 적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지만 그의 일방통행식 리더십은 프랑스 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 그동안 그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통치 스타일, 대통령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의회를 건너뛰려는 경향, 국민의 여론을 살피지 않는 즉흥적인 발언 등에 대한 일련의 비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닐라의 시민 폭행 스캔들, 환경장관 사임 등 잇단 악재 속에 훈계조의 직설화법도 계속 문제가 됐다. 지난 9월에는 정원사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청년에게 주변에 일자리가 널렸다며 업종을 바꿔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고, 10월에는 연금이 적다는 노인에게 “장군(드골)의 손자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불평불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규칙이었다”고 응수해 논란이 됐다.

친기업 정책인 부유세 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일련의 친시장주의적 정책이 부자와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는 와중에 유류세 인상까지 추진하자 ‘노란 조끼’ 사태가 터졌다. 한 달째 토요일마다 프랑스 전역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열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사퇴를 외치고 있다. 200억유로에 달하는 세금 감면, 복지 축소 정책에 이어 나온 유류세 인상이 결정적이었다. 마크롱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비용을 마련한다며 최근 1년 사이 경유에 붙는 세금을 23%나 인상했다. 땅값이 비싼 파리 중심부에 살지 못해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하는 저소득층으로서는 기름값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궁지에 몰린 마크롱은 백기를 들었다.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저 임금 100유로 인상,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을 발표했다. 마크롱이 이전과 달리 자세를 잔뜩 낮췄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마크롱은 부유세와 관련한 후퇴는 없을 것이라며 기존 친시장주의적 정책의 고수를 명백히했다. 마크롱이 ‘성난 민심’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프랑스를 EU의 강자로 새롭게 변신시킬지, 아니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떨어질지는 오로지 그의 리더십에 달려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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