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유업은 우유 밀어내기 갑질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2013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개선작업을 하지 않고 수년간 같은 행태를 반복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
업계에서는 유제품의 특성상 타 업계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아 이런 문제가 반복됐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인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유업계에서 이뤄지는 밀어내기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유제품의 유통기한과 관련이 깊다. 제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유 및 유제품의 유통기한은 열흘 내외로 짧은 편이다. 예상보다 많은 물량이 밀려들어 오면 이를 처분하기까지의 기한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라면이나 과자, 통조림, 아이스크림과 같이 유통기한이 길거나 아예 없어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받더라도 소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제품과는 다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있는 이유는 회사의 성과를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한 것인 만큼 어떤 제품이든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한 영업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에서 대리점주들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유 소비가 답보상태라는 점도 우유 대리점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소비량은 늘지 않는데 회사 측에서는 더 많이 팔기를 원하니 그 부담이 대리점주들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일반 흰우유 1인당 소비량은 지난 2012년 28.1kg에서 2013년 27.7kg, 2014년 26.9kg, 2015년 26.6kg으로 계속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7kg으로 다소 증가했지만 이는 소비자의 소비 욕구가 늘어났다기보다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 등이 진행된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체 우유 판로 중 대리점을 통한 판매 비중이 30%에 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유업계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강압적인 지위 남용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스스로 자정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주요업체들은 대리점주들이 발주한 수량에 한해서만 발송하고 혹여 원치 않는 제품이 발송됐다면 이를 반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신제품이나 전략적 제품 등 과거 밀어내기의 대상이 됐던 제품에 대해서도 강제 발주가 아닌 자율적인 추가 발주를 유도하고 있으며 대리점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정기적인 간담회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건국유업의 사태가 또다시 불거지자 업계에서는 난처한 눈치다.
한편,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건국유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16년 4월까지 272개 대리점에 주문하지 않은 신제품 및 리뉴얼제품, 판매부진제품, 생산중단을 앞둔 제품 등을 강제로 구입하도록 했다. 건국유업은 대리점이 주문을 마감한 이후에 주문량을 일방적으로 수정한 뒤 주문 시스템에 입력해 일방출고한 수량까지 포함해 대리점에 대금을 청구해 부담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