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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경기 정점론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CLI)가 올해 3월 정점 이후 반 년째 하락한 것도 내년부터는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전조로 읽힌다.
5일 OECD에 따르면 미국의 9월 CLI(Composite Leading Indicators)는 99.85로 전월(99.92)과 대비 소폭 하락했다.
OECD의 CLI는 6~9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다. 기준값 100을 기점으로 경기순환 국면을 나눌 수 있는데, 100을 상회하는 가운데 하락할 경우 ‘하강’ 국면으로 해석된다. 100을 하회하면서 하락하는 ‘수축’보다는 경기가 덜 꺾이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둔화 우려가 스멀스멀 나타나는 단계다.
미국 경기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호조라는 평가가 많다. 9월 OECD 평균 CLI는 99.50으로 미국보다 낮았다. 주요 7개국(G7)의 경우에도 99.72에 그쳤다. 국내 한 고위당국자는 “미국 경기의 정점론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양호한 성장세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했다.
하지만 둔화 가능성에 조금 더 기운 평가도 적잖게 나온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미국 경제는 올해에 비해 낮은 2% 중반 정도에 머물면서 완만하게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OECD의 CLI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장·단기 금리 차가 확 좁혀지는 게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의 갑작스러운 약세도 이와 관련이 있다.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3.25달러로 지난달 말 이후 50달러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연고점인 10월3일(배럴당 76.41달러) 대비 20달러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CLI는 추세적인 하향세다. 9월 CLI는 99.07로 전월(99.28)과 비교해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을 정점으로 1년6개월 연속 내린 것이다. 20년 전 외환위기 즈음인 1999년 9월~2001년 4월 당시 1년8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최장 기간일 정도로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