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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작사가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 페스타’ 특별세션1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의 오랜 음악 동료이자 이날 진행을 맡은 작곡가 김형석씨는 “대중음악에서 남녀를 나누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요즘 스타일”이라며 동의를 표했다.
2014년 저작권료 수입 1위를 기록한 김이나 작사가와 그의 손을 거친 곡만 1000여개에 달하는 김형석 작곡가, 두 음악인은 대중음악의 최전선에서 느낀 최근 변화를 솔직히 털어놨다. 2003년 데뷔한 김 작사가는 “한때 걸그룹의 미덕은 수줍음과 귀여움이었다. 사랑 받고 싶지만 부끄러운 마음을 가사로 표현했다”며 “젊은 세대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한다. 성역할을 고정하는 것은 낡은 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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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음악인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김이나 작사가는 ‘센 언니’를 묘사한 2009년 브라운아이즈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1979년생인 그 또한 어느새 기성세대가 됐다. 김이나 작사가는 “이제 아이돌의 가사를 쓸 때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언어에는 시대가 반영된다. 젊은 친구들의 말이 있다. 그걸 제가 구사하면 더 이상 ‘힙’하지 않다. 통통 튀는 가사를 쓰던 시절은 지났다”며 “세월에서 묻어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성 가수들의 음악이 사랑에 국한됐다는 일부 지적엔 반박했다. 김이나 작사가는 “서운하다”고 반응했다. 김이나 작사가가 쓴 써니힐의 ‘베짱이 찬가’(2012)는 직장 여성의 어려움을 담은 곡이다. 그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곡도 많다”며 “설렘의 감정은 누구나 똑같이 기억하는 감정이다. 감정이입이 쉽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널리 사랑 받아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가끔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한다. 여성의 연약함을, 남성의 폭력성을 매력처럼 표현할 때다. 소극적인 여성이나 제멋대로 구는 남자는 앞으로도 제 노래에 등장한다. 그런 사람도 있지 않나. 그렇지만 힘을 남용하는 남성을 ‘상남자’로 그리거나 수동적인 여성은 배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