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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트럼프의 입’에 울고 웃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공격’이 계속되면서,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장 국내 주가와 원화값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비교적 안전한 원화 채권가격은 상승(채권금리 하락)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대내외 리스크에 노출된 우리 경제가 금융시장에 투영돼 있다는 평가다.
시장 공포감…韓 주가·원화값↓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4.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1120.0원) 이후 7거래일 만에 다시 1120원대로 올라섰다.
장중에는 1123.4원까지 올랐다. 시장은 1120원 초중반대를 단기 고점으로 인식했으나, 무역전쟁 공포감이 커지자 원화값은 단박에 하락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적정 환율 수준을 정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 고시했으나,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고 위안화를 내다판 것이다. 무역분쟁 당사국인 중국을 보는 눈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추가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했다.
통화가치는 주식시장 흐름과도 직결돼 있다. 중국 증시를 따라 국내 주가가 하락하자, 통화 약세로 작용한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54포인트(0.59%) 떨어진 2280.62에 거래를 마쳤다.
상황이 이렇자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스멀스멀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있어 내외 금리 격차와 함께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이미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낮은 상황에서 원화 가치까지 하락할 경우 긴장감은 커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현실적으로 환율은 1125원 혹은 1130원 정도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 주가가 떨어지는 추세이고 위험회피 심리까지 커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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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국채값은 반대로 급등
다만 서울채권시장은 요즘 강세 일변도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1bp(1bp=0.01%포인트) 하락한 2.054%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23일(2.032%) 이후 거의 9개월 만의 최저치다. 한은 통화정책에 민감한 3년물 금리가 이 정도로 급락한 건 기준금리를 인상할 만큼 경제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시장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국내 일자리 쇼크까지 겹친 때문이다.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4.1bp 하락한 2.512%를 나타냈다. 지난 1월3일(2.508%) 이후 가장 낮다.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 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