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버닝썬·김학의·장자연에 묻힌 기업 범죄

  • 등록 2019-03-19 오후 4:25:43

    수정 2019-03-19 오후 4:25:4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성(性)범죄를 바탕으로 폭력과 마약범죄,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유착 등 관심을 끌 소재가 총망라된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이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법조계에선 가습기살균제사건 재수사가 큰 주목을 끌지 못한채 끝나는 게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부터 본격 수사에 나서 가습기메이트 판매업체인 애경산업 전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제조업체인 SK케미칼 부사장 등을 구속했다.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된 회사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다시 나선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환경부에 신청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6246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375명이다. SK케미칼이 제조한 원료물질인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살균제만 사용한 피해자는 360여명으로 집계된다. 환경·시민단체는 검찰 재수사가 정점으로 치닫자 피해자 현황을 알리며 가해 기업 처벌과 정부 피해구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2016년 대대적 수사 때만큼 여론이 형성되진 않은 느낌이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장 중요한 민생사건 수사로 꼽혔지만 관련 보도도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인지 모두 40종이 넘는 가습기살균제가 1000만개 넘겨 팔렸지만 책임을 져야할 기업들에서 사법처리된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아울러 국정조사 증언 과정에서 “유해성을 몰랐다”고 했던 기업인들의 거짓말 역시 다른 여죄를 물어야할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의 위장 계열사 문제도 조용히 지나갈 듯 하다. 검찰은 19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개 회사를 30년 넘게 삼성 계열사로 운영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삼성 위장계열사 의혹에 대한 첫번째 사법처리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조사에 착수, 이듬해 11월 위장계열사라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세금탈루와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지만 와병 중인 이 회장이 서면재판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의 성역없는 조사를 지시한 후 이 사건 기소 발표가 바로 나와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대로 이들은 국민 관심을 바탕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그 밖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기업 범죄가 많다는 점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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