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거래소의 안쓰러운 뒷북 공시

증선위의 '삼바' 검찰고발 결정, 사간외거래 매매정지
2시간 뒤 나온 거래소 '삼바 상장질실심사 대상' 공시
"기사보고 알았다"는 거래소…후진적 시스템 개선시급
  • 등록 2018-11-15 오후 12:20:00

    수정 2018-11-15 오후 12:2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 14일 자본시장의 관심은 온통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에 쏠렸다. 코스피 시가총액 5위 삼바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시장의 관심을 고려해 이날 오후 4시반께 삼바를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며 삼바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시각, 홈트레이딩시스템(HTS)상 시간외 거래에서 삼바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전자공시시스템에선 삼바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공시되지 않았다. 10분여가 지난 4시 39분에 나온 공시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 검찰 통보설’과 관련된 조회공시 요구였다. 그리고 1분이 또 지나 매매거래 정지 공시가 났다. 증선위원장이 직접 검찰 고발 조치했단 내용이 생중계되는 마당에 뜬금없이 조회공시라니.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원래는 회사가 (회계처리 위반 제재)를 공시하는 게 원칙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증선위가 기자회견을 했고 회사가 공시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보도된 내용에 대해 검찰 통보 조회 공시를 요구하고 거래 정지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사상 최대 분식 회계, 이번 삼바의 분식회계 등 1년에 한 번 꼴로 대형 상장회사들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스캔들이 터지는 나라에서 증선위 결과가 거래소에 즉각 통보되는 그런 사소한 시스템마저 갖춰지지 않았단 사실이 놀랍다.

특히 회계처리 위반은 상장폐지 여부가 달려 있는 중요 정보다. 그런데 이런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공시를 관리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를 판단하는 거래소가 일반 투자자처럼 뉴스를 보고 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상장회사 거래정지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혼란스럽다. 그러다보니 주식 거래정지 공시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시간외 거래에서 매매가 정지되는 일도 벌어졌다.

삼바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단 공시는 공식 발표 이후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유가증권 상장규정상 증선위가 검찰에 고발·통보하고 분식회계 규모가 자기자본의 2.5%(자산총액 2조원 이상 회사)를 넘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삼바가 그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증선위원장 발표 즉시 판가름난 상황. 삼바의 분식회계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3조7000억원)을 초과한단 사실도 보도됐다.

그러나 거래소는 “증선위의 공식 통보가 없었다. 공식 보도자료라도 뿌려지면 그때서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공시하겠다”며 “영향이 큰 만큼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다수 투자자들이 증선위원장의 생중계 발표로 삼바가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거래소는 얼마나 더 공식적인 것을 원하는 것일까.

남북간에도 생겼다는 핫라인까진 아니더라도 진위 여부를 증선위측 관계자에게 전화해 확인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자본시장의 시장 질서를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인데, 지나치게 신중하다 못해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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