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견고한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역대 최고치까지 오른 뉴욕증시를 향해 ‘비이성적 과열’이 아닌 ‘이성적 과열(rational exuberance)’이라며 칭송하던 장밋빛 낙관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단어로 바뀌었다. 이유와 근거가 충분한 ‘이성적’ 상승장이라던 논리는 어느새 탐욕의 또 다른 단면으로 대체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1175.21포인트(4.6%) 하락한 2만4345.75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500포인트 급락했다. 하루 만에 지수가 이렇게 큰 폭으로 내린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최악의 폭락장인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때에도 하루 하락폭이 500포인트 정도였다.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이성적’이란 수식어를 가려버렸다. 수수께끼처럼 오르지 않던 물가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은 닥친 현실이 됐다. 순식간에 공포가 시장에 퍼졌다.
공포는 전염성이 빠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변동성지표인 VKOSPI는 6일 39% 급등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상승폭이 68%를 넘는다. 공포는 투매를 부른다. 코스피지수는 이날도 1.54% 떨어지며 사흘 연속 하락했고, 무서운 기세로 오르던 코스닥지수도 6거래일째 떨어졌다.
반면, 안전자산은 대접이 달라졌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와 함께 확연한 상승 추세다. 6개국 주요 통화와 비교해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사흘 만에 1% 급반등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미국 국채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3.37bp(1bp=0.01%포인트) 하락한 2.7078%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하락했다는 건 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값도 공포를 기반으로 상승 추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4월물 가격은 최근 5일간 0.25% 올랐다.